한국에서는 집을 두 차례 매매했었고, 전세 혹은 월세는 세 차례 진행했었다. 싱가포르에 와서는 두 차례 월세집을 구해보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한국, 집 구할 때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보여 한 번 이야기하려 한다.
1. 부동산 중개인의 역할
싱가포르에서는 중개인이 부동산 관련 모든 일을 전담한다고 할 만큼 폭넓게 세입자 혹은 집주인을 도와준다. 우리는 싱가포르에 왔을 때 처음 인연을 맺은 C라는 중개인과 계속하고 있는데, 중개인의 기본 역할은 같다. 즉 집을 찾아주고 집을 볼 수 있게 스케줄을 잡아주고 계약을 돕는 역할인데, 이건 한국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적당한 가격을 상대방 측이나 우리에게 제시하기도 하고, 상대방 중개인과 흥정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살면서 생기는 자잘한 문제에 대응을 해준다는 점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집주인이 설치한 에어컨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에 생기는 문제, 혹은 문고리, 전등, 수도꼭지에 생기는 자잘한 문제에 대응하고, 필요할 경우 업체를 연결해 준다. 이 부분은 계약을 하고 나면 손을 떼는 한국 중개인과는 많이 다른 점이다.
2. 찾아볼 수 없는 전세 시스템
전세란 제도가 한국에만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한국도 월세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100% 월세인 싱가포르와는 상황이 다를 듯하다. 보증금은 통상 2년 계약 기준으로 2달치 월세다. 한국에도 물론 보증금이 낮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의 경우 적어도 1억 정도의 보증금이 들어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처럼 매물에 따라 적당한 시세가 존재하긴 하지만, 한국보다 협상의 폭이 꽤 크다. 매물이 모든 가구가 들어가 있는 Full-furnished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고, 집 상태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따라서 비슷한 집이라도 상태가 좋지 않은 Unfurinshed 아래 사진처럼 매물은 3,200 SGD에 매물로 나오기도 하며, Full-furnished에 집 상태 또 한 좋다면 4,300 SGD에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3. 협상의 중요함
최근에 이사 가기로 한 집은 월세가 우리 예산을 꽤나 초과한 집이었다. 그럼에도 워낙 좋은 콘도라고 해서 보게 되었다. 당연히 꽤 비싸고 좋은 콘도이다 보니 우리 마음에 들었다. 그걸 눈치챈 우리 중개인인 C가 원래 나온 가격에서 10% 이상 깎아 제안을 해보자고 하는 게 아닌가? 통상적으로 5% 정도가 협상 폭이라고 알고 있었고 최근 집이 부족해 집주인이 유리한 상황인데 그게 될까 싶었다. 일단 제안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그 가격을 던졌는데, 우리가 제안한 가격은 너무 낮으니 100 SGD만 올려달라는 게 아닌가? 살짝은 당황스러웠다. 우리 가족이 좋은 세입자고 집 깨끗이 쓰고 등등 그야말로 우리 중개인이 집주인 측에 셀링을 잘해서 그 가격을 받아왔다고 한다.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애초에 포스팅 한 가격이 다소 거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었다. 여기서는 특히 부르는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바보가 되기 쉬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4. 싱가포르에서는 집주인 얼굴을 보기 어렵다
계약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집주인을 볼 수 없다. 한국에서 특히 전세 계약을 할 때 집주인을 보지 않고 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싱가포르에서는 흔하다. 오히려 집주인이 계약에 관여하면 까다로운 집주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있다. 이번에 우리가 계약한 집은 집주인이 인도네시아에 사는 인도네시아인이니 볼 수 없는 건 당연. 따라서 집주인 측 중개인과 의사소통하면서 계약을 진행했는데, 재미있는 건 이 집주인 측 중개인조차 우리는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등기부등본과 같은 서류로 집주인을 확인하고, 보증금을 보낼 때 집주인의 계좌가 맞는지 모두 확인은 하지만, 모든 계약은 서류만 왓츠앱으로 왔다 갔다 할 뿐 집주인 측을 대면한 적은 없다. 불안한 마음에 우리 측 중개인에게 참 다르다는 말을 하니, 만약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집주인 측 중개인이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였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전세를 계약한다고 하면 그 보증금이 최소 수억 원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월세 계약하면서 보증금으로 내는 돈은 많아야 1~2천만 원에 불과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까다로운 Hand-over & Take Over 과정
애초에 임대해 집에 들어갈 때 집안에 있는 거의 모든 비품에 대한 체크를 집주인 측과 같이 한다. 설치되어 있는 가전제품이나 가구뿐 아니라 현관 출입문이나 방문 키, 거실이나 방에 있는 전등, 화장실에 있는 샤워기, 화장지 걸이와 같은 사소한 품목까지 상태를 체크한다. 만약에 이렇게 같이 체크한 품목에 문제가 생기면 세입자가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세입자가 부담하는 돈에는 한도가 있다. Minor Repair에 해당하는 품목이라면 품목당 150~200 SGD까지는 세입자가, 그 금액이 넘는 건 집주인이 부담한다. 그러나 에어컨이 문제가 있거나, 우리 집에서 누수가 돼 아랫집에 피해를 주는 상황처럼 집 구조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것은 집주인이 부담을 한다. 처음에 집에 들어가면 사소한 문제를 가능한 많이 찾아 Grace Period 1달 내에 집주인 측에 요청해 수리를 해야 한다. 부득이 수리가 되지 않는 품목이라면 사진을 찍어둬 집주인 측에 확인을 받아 두어야 나중에 그 집에서 나올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한국에서야 아주 큰 문제가 아니라면 이렇게 세세하게 따질 일이 많지 않은데, 물론 이곳에서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겠으나 세심하게 집을 관리하고 체크해야 할 책임이 세입자에게도 있다는 점은 참 다르다.
집을 구할 때 싱가포르와 한국이 꽤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 있어 위에 언급한 몇 가지 사항만 주의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까다로운 집주인만 만나지 않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싱가포르에는 정기적으로 집주인 혹은 집주인 측이 집 상태를 체크하는 걸 계약서에 넣고 그걸 실행하는 집주인도 있다고 하니 주의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