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도 나름의 계절이 있다
싱가포르는 북위 1.4도에 위치해 있다. 즉 거의 적도에 위치해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싱가포르가 워낙 작고, 산이랄 게 없이 거의 평평한 평지이기 때문에 연중 26도~31도 정도로 기온이 일정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싱가포르에도 계절이 있다. 아래 싱가포르 기온과 강수량을 보면 대략 계절의 추측해볼 수 있다.
3월 ~ 6월이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한여름에 해당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비는 적당히 오는 편이다. 이때는 좀 덥다. 좀 많이 덥다. 이때 싱가포르 평균 기온이 26~32도에 불과해 대구 여름 기온에 비해 낮을지 몰라도, 햇빛의 강렬함은 싱가포르가 한수 위다. 이때는 오전에 라운드를 해도 후덥지근하고 덥다. 분명히 기온은 28 ~29 도에 불과한데 땀은 줄줄 흐른다. 아침에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습기가 나를 서서히 찌는 느낌조차 든다.
7월 ~ 10월에는 비가 조금 더 오기 시작하면서 온도도 살짝 떨어진다. 이때는 그런대로 살만하다. 비도 꽤 자주 오는 편이다. 평범한 한국 여름 날씨랑도 비슷하다. 한국 여름과는 조금 다른 점은 천둥번개를 동반하는 비가 아주 잦다는 점이다. 비는 거의 오지 않거나 적게 오는데도 번개 때문에 골프가 중단되기도 할 정도로 번개가 자주 친다.
11월부터 1월까지는 비가 꽤나 많이 오는 우기다. 이때는 살짝 기온도 떨어져서 밤에는 창문을 꼭 닫고 자야 감기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23도까지도 떨어진다. 바람도 꽤 시원하게 부는 편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선선한 가을바람을 생각하면 안 된다. 감기에 걸리지 않을 만큼 적당히 뜨거운 바람이다. 굳이 한국과 비교하자면 장마철 날씨랑 어느 정도 비슷하다. 그만큼 비가 잦고 동남아 답지 않게 하루 종일 비가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2월에는 비도 가장 적게 오고 온도도 다소 낮은 여행하기 최적의 날씨가 찾아온다. 대체적으로 해가 쨍쨍한 날이 지속되기 때문에 오후에는 뜨겁다. 게다가 해의 고도가 평소보다 낮아 정남향인 집에도 오후가 되면 해가 방 안으로 들이치기 시작한다. 이럴 때는 에어컨을 풀가동해도 뜨거운 햇빛 때문에 커튼을 쳐야 집안 온도가 내려간다.
이렇게 보면 싱가포르에는 뜨거운 여름, 보통 여름, 비가 많이 오는 여름, 비가 적게 오는 여름, 이렇게 4계절로 구분되는 걸 알 수 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그냥 더웠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만 찾아다녔는데, 2년쯤 살아 보니 특히 요즘 같은 때는 에어컨 바람이 적은 실외 테라스 자리를 찾게 되었다. 싱가포르 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저녁 6~7시에 테라스 좌석에 앉아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