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탄생과 퇴사 결심
대기업 맞벌이 부부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통신 대기업 맞벌이로 부부가 같은 기업을 다니면서 큰 부족함 없이 지냈습니다. 아내를 같은 부서에서 만나서 결혼하고, 그간 저축한 돈과 회사 대출 등 활용해서 작은 서울 구축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산해진미에 술 한 잔을 즐기는 공동의 취미를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씀씀이는 많지 않아서 저축도 많이 하고, 대출도 빨리 갚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모두의 생활방식을 바꾼 큰 사건이 있었죠. 바로 코로나의 발발이었습니다.
저희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발생했고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죠. 저는 코로나 시기를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현실의 압축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다양한 자산군(아파트, 주식, 코인 등)이 가파르게 올랐죠. 결혼할 때 서울에 작은 아파트라도 구입한 게 얼마나 다행이라 여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택근무와 원격회의 등이 익숙해질 무렵, 저희 부부는 예쁜 여자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제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간의 벌이와 수입, 생활은 둘이 지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는데, 많은 부분들에 대해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90년대 후반에 지어진 방 2 화장실 1 서울 구축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제 3가족이니 그래도 화장실이 두 개 있는 집으로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신축은 꿈도 못 꾸고 같은 아파트 단지 32평으로 간다 하면 지금 기존의 대출에서 2억 정도를 추가로 더 받아야 하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회사 대출 등을 고려하면 자동으로 회사 생활이 10년은 연장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전에는 생각도 안 하고 있던 아이의 교육 측면도 고민이 들더군요. 이곳이 아이가 학교 다니기 좋은 동네인지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 다닌 이후에는 영어유치원을 보내기도 한다는데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도 우리 월급과 생활비로 감당이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그간 아주 넉넉하지는 않아도 큰 부족함 없이 지냈다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 기를 생각을 하니 까마득한 생각이 들더군요. 회사에 둘이 열심히 계속 다니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