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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이 Nov 16. 2019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미래 정찰하기

중학교 때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많이 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보통 적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일꾼을 보내 정찰을 했다.(오래된 게임을 예시로 드니 진짜 아저씨가 다 됐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8명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맵에서 1대 1로 게임을 진행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운 좋게 처음 정찰한 곳에서 상대방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7번째 위치까지 뒤져야 찾을 수도 있다. 정찰을 한 후에는 시작부터 진행했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지 수정해서 다른 전략을 취할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나는 처음부터 지상 공격만 가능한 유닛을 생성해서 모으고 있는데 상대방이 공중 유닛만 생성해서 싸운다면 내 유닛들은 완전 박살 나고 나는 패배하게 된다.     


이 게임과 현실에는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는 미래에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빨리 찾아서 전략을 빨리 정할 수도 있고, 찾지 못해서 제대로 된 전략을 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많은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미래를 정찰하려고 노력한다.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를 생각해 보면 그랬다.(물론, 게임을 잘 하진 못 했다.) 상대 진영을 찾기 전까지 상대방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지 예상을 함으로써 내 전략을 정해야 했다. 그 예상이 맞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간혹 ‘핵’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적이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직접 정찰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한눈에 쉽게 알 수 있었다.   


자, 이 ‘핵’이라는 프로그램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사물이 우리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어떤 것이든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주식을 한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 주식을 샀으면 대박 났을 텐데.”

“아, 그 주식을 샀던 건 실수였어.”     


결과를 알기 때문에 과거의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더 나은 결과물을 갖게 해주지 않을까.     


그렇지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미래의 나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몇십 년 후의 나를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몇 년 후도 상상하기 어려운데 몇십 년 후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주일 전, 1개월 전, 1년 전 이렇게 단위를 넓혀가는 것은 어떨까.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있을 것처럼 말이다. 나는 1주일 전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끝까지 해본 것은 잘한 일이야. 그렇게 장기간 한 방향으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습관을 길들여야 해.”     


라고 할 수도 있다. 한 달 전의 나에게 말을 한다면 어떨까.     


“그래, 잘 결정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너에게 시간 낭비였어. 애초에 시너지가 일어날 수 없는 조합이었다. 너 혼자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열심히 해라. 그리고 OO에 대한 일이 먼저이니 그걸 먼저 실행에 옮기고.”     


1년 전의 나에게는 어떨까.     


“그렇게 돈 들여서 교육을 받아놓고 왜 그대로 제대로 해보지 않아. 몇 달이라도 제대로 해봐야지. 너 정말 성급하다. 한두 번 했다가 안 됐다고 해서 그렇게 계속 ‘이거 찔끔 저거 찔끔’하는 식으로 일할래? 그럴 거면 그냥 다시 회사 들어가서 일을 해라. 너 그렇게 해서는 돈만 계속 까먹는다.”   

  

주식과 같은 사례로 예를 들진 않았다.     


미래의 내가 돼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좋은 판단을 했지만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다. 처음에 좋은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가 안 좋아서 포기했는데 그게 나중에 괜찮은 방법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당시에 운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다른 조건이 있는데 그걸 알지 못해서 안 좋은 결과를 냈을 수도 있다.    

 

솔직히 쉽지 않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는 것이 말이다. 나도 해보려고 하지만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정말 어렵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을 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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