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역몽 14화

왼손잡이

by 슬기롭군

왼손을 부정당했던 사회.

왼손을 경멸하던 사회.

왼손잡이를 괴물로 바라보던 그 시선들.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부정해 버렸던 어느 날의 시기.

왼손으로 쓴 글들을 다시 왼손이 글들을 번지게 하는 것.

오랫동안 글씨를 쓸수록 나의 손날은 검게 변해져 갔다.

손을 씻어도, 지우개로 지워보아도 연필의 목심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한 번은 글씨를 거꾸로 적어보았다.

좌측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우측에서 시작해서 좌측으로 끝맺음.

안녕하세요.

요세하녕안.


글을 쓰는 것이 싫었다.

정성스럽게 쓴 나의 글들이 번지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그 글들의 흔적이 내 손에 묻는 것이 싫었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글을 쓰는 방식이 싫었다.


하얀 종이에 글을 쓸 때면

우측 모퉁이에 글씨를 적어나간다.

내가 편한 방향으로의 글을 적어나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얽매였던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의 손엔 나의 흔적이 묻지 않게 되었다.





keyword
이전 13화깡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