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법
-꽃채운-
마음이 심란할 때면 시 한 편을 필사한다
종이와 펜의 사각이는 소리는 소란한 마음을 진정시킨다
종이와 펜에는 그런 힘이 있다
소리치고 화를 내는 대신 심호흡 한번 깊게 하고서는
주절주절 종이에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괜히 종이에게 말도 건다
종이 너는 나한테 뭐라고 할 수 없잖아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공감할 수 없대도
잠자코 듣기나 해
길게 풀어놓은 이야기를 듣던 종이는
해결책도, 공감도, 비판도 내놓지 않고
했던 이야기만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그러면 나는 깨닫고 마는 것이다
종이와 펜에는 그런 힘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그러고 나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합니다. 최대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생각이 커지게 놔두면 안 됩니다. 안 좋은 마음은 마치 괴물처럼 몸집이 커져 결국엔 스스로를 삼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심호흡을 마치고 나면 책장에 꽂힌 시집을 아무거나 꺼내어 읽습니다.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하면 필사노트에 필사를 합니다. 사각이는 종이와 펜의 마찰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소란하고 음울했던 생각들은 예쁜 시 한 구절에 잊힙니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싶으면 일기장을 꺼내어 주절주절 오늘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종이는 아무 말이 없어 이야기 상대로 가장 좋습니다. 종이는 스스로의 의견도 없고, 나를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무조건 잘했다 칭찬하지도 않고 상대의 잘못이라고 편들어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고스란히 돌려줄 뿐입니다. 내가 쓴 일기를 다시 읽어봅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오늘의 기분이, 상황이 어땠는지를요. 이 단계까지 오면 마음은 잔잔해집니다. 그저 아, 그랬구나.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결국 일어나고야 말 일이었구나. 내가 서운할 일이 아니었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났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새벽은 마음을 괴물로 만들기에 최적의 시간이니까요. 핸드폰도 내려놓고 수면안대부터 찾아 씁니다. 조금 남아있는 마음의 잔재도 자고 일어나면 깨끗이 청소되어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