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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별이 너무 아파요.

2-4

by 꾸니왕

별밤책방의 시계는 우진이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하고 배꼽인사를 하면서 들어와야 초심이 움직이는 듯했다.

민호는 가만히 우진이의 눈을 따라갔다.

우진의 눈 속에 며칠 전 봤던 연우의 눈이 보이며 그 눈에 눈물이 고여 울먹이며 하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우진이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했어요. 그런데 끊임없이 돌봐야 하는 우진이가 있어서 버텼는지도 모르겠어요."

민호는 자기에게도 우진이처럼 끊임없이 돌봐야 하는 이가 있었다면 자기도 연우처럼 버티며 끈을 잡고 있었을까? 어떻게든 추억과 만약을 끄집어내서 섞고 있었다.

"딸~~ 랑" 경종소리가 생각을 마무리 지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어~가을이~ 머리 잘랐네?"

"저~겨울이 인데요."

"아~ 미안. 장난이었어. 겨울아~"

민호는 우진이를 쳐다봤다. 우진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보고 있었다. 만약 가을이었다면 우진이가 먼저 반갑다고 폴짝폴짝 뛰었을 것이다. 우진이는 아무리 쌍둥이라도 겨울이를 반기지 않았다.

"겨울이 머리 자르니깐 더 이쁘다. 그런데 혹시 고백해서 잘 안 돼서 머리 자른 건 아니지?"

"아니에요. 고백 안 했어요."

"왜?"

"아저씨가 준 책 '리버스 키스'읽고 용기까지 내긴 냈어요."

"그런데?"

"그냥 안 했어요."

겨울이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저씨 저 아아 한 잔만 주세요."

"그래."


민호는 겨울이 맞은편에 앉았다.

"겨울아~ 괜찮아?"

"뭐가요? 괜찮아요."

민호는 겨울이의 표정을 보니 괜찮은 것 같지는 않았다.

"겨울아~ 혹시 겨울이 칵테일 먹어 봤어?"

"그럼요. 먹어 봤죠. 딱 한 번이지만."

"그래. 칵테일 속에 얼음이 생각보다 빨리 녹는 거 알아?"

"그래요. 몰랐네요."

"칵테일을 너무 뜸 들이다 마시면 생각보다 빨리 녹은 얼음 때문에 칵테일의 본연의 맛을 잃어. 칵테일은 얼음이 적당히 녹은 1분 후 마시고 10분 안에 먹는 게 맛있어."

"어쩐지 아껴 먹으려고 천천히 먹으니깐 맛이 없더라."

"적당한 시간 생각하고, 고민하고. 고백해. 조금 뜸 들이면 얼음이 녹아 맛이 사라지는 칵테일처럼 그 사람도 없을 수 있어."

겨울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길게 한 모금 빨아먹고는 비장한 얼굴로 민호를 쳐다봤다.

"아저씨~ 사실은 몇 번이고 고민했는데요. 아저씨 짝사랑해 봤어요?"

"짝사랑?"

"네. 짝사랑의 이별은 더더 아파요."

"...."

"몇 번이고 고민했어요. 후회하지 말자. 그런데요? 저는 그냥 짝사랑, 사랑만 하기로 했어요. 이별은 하지 않기로?"

"음.."

"괜찮아요. 저는 사랑하고 있으니깐요."

"그래. 겨울이만 괜찮으면..."

민호는 마지막 말을 흘리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주방구석 1평 자리에 놓인 600mm 정도 되는 의자에 앉았다. 늘 앉던 자리인데 낯설었다. 겨울이의 마지막말에 가슴이 시려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마땅히 할 수 있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민호는 책장 앞으로 갔다. 민호가 생각해 낸 것은 '책으로 말을 하자.'였다.


"겨울아~ 우리 고백 대신 작전을 바꿔보자."

"무슨? 작전요?"

"음~~겨울이를 좋아하게 만드는 거지? 어때?"

"네? 어떻게?"

"응~ 아저씨는 보통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자가 좋아하거든? 겨울이 처럼 이쁜 여자가 당당하고 주체적이면 안 넘어오는 남자가 이상한 거야."

"에이~~ 됐어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어!"

"... 됐어요.. 전 지금이 좋아요."

"아니야. 일단 이 책부터 읽어봐. 아저씨도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야."

겨울이는 민호가 건네는 책을 받아 제목을 읽고는 눈은 웃는데 입술은 불만에 가득 차 오리 입처럼 쭈욱 내밀어 민호를 쳐다봤다.

"겨울아~ 너 그런 표정 하니깐 확실히 가을이와 쌍둥이 맞네. 하하하"

"뭐래요. 그게 아니고 아저씨 저 이제 25살이에요."

"알아~"

"근데 책 제목이 '두 늙은 여자'인데요."

"하하하. 읽어봐.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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