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는 집으로 택배 하나가 왔다. 택배 발신인은 아빠였다. 갑자기 뭐지? 뭘까?
딸이 자취하는 동안 한 번도 뭔가를 보내오셨던 적이 없으셨던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과연 무엇을 보내셨나 궁금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두 손에 들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의 제법 묵직하고 단단하게 여민 박스를 부여잡고 행여 안의 내용물이상할까 조심히 칼로 테이프 사이를 갈라보았다.
박스 안 가득히 흙이 묻은 고구마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이번에 집 앞 텃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라고 막내딸에게 손수 부쳐주신 거였다.
분명 엄마가 시켜서 주소를 건네받아 들고 우체국에 가서 부치셨을 것이다. 그러나 꼼꼼하게 비닐로 싸서 박스에 야무지게 테이핑까지 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엄마의 등쌀에 시켜서 했을지라도 고맙기도 하고 콧잔등이 갑자기 시큰해지는 게 약간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의 고구마 선물은 8년간 자취한 딸에게 보낸 첫 택배이기도 했고, 지난 몇 년간 암과 사투를 벌이며 누구보다도 삶의 의지를 보여준 한 가장이 딸에게 보내는 쑥스런 사랑의 표현이기도 했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고구마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감사히 잘 먹겠다는 카톡과 웃는 얼굴의 강아지 이모티콘을 날리고는 바로 전기밥솥을 꺼내 들었다.
흙 묻은 고구마 몇 개를 들어내 내솥에 옮겨 담고 흐르는 물에 흙가루들이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을 씻고는 행여 설익을까 찜기능으로 45분을 매매 삶았다.
생각보다는 달지 않았다. 내 생각엔 더 달고 포근포근했어야 했는데 아마도 더 숙성시켜서 먹으면 맛이 좋으리라.
이번주 아침식사는 당분간 고구마이다.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