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눈이 온다 사람이 보인다

아름다움과 고단함의 사이에서

by 리빙북 Nov 29. 2024
아래로

이틀에 걸쳐 큰 눈, 대설이 내렸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구축 아파트들이 아직도 많이 있어 아파트 단지와 거리에 거목이라 할만한 나무들이 즐비하다.


아침에 일어나 그 거목에 쌓인 눈을 보았다.

설국의 한 장면이 떠오를 만큼 구축 아파트

높이 만한 나무에 내려앉은 눈의 세상은

대단했다.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은행나무 노란 잎에 내려앉은 하얀 눈의 모습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면서 매혹적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예전 일본 니카타란 지역을 신칸센으로 이동하였었다.

일본 법인에 근무하는 후배가 앞에 있는 터널을

가리키며 "이제 저 터널을 지나면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라고 하였다.


그 후배의 말대로 터널을 지나자마자 설국이 펼쳐졌다.

차길을 내기 위해 도로 옆으로 높이 2M가 넘는 눈이 성벽처럼 펼쳐져 있었고 도로 옆의 평야와 나무에도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설경이

펼쳐져 있었다.


실제 이 지역은 설국의 배경이 되었던 니카타였다.


해리포터가 마법의 학교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다른 세계로 진입할 때의 느낌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연신 휴대폰의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며  

경치를 찍고 있는 내 앞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눈을 치우기 위해

분주한 관리인 아저씨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 거대한 설경이 나에겐 낭만이지만

그분들에겐 땀이자 노동이다.


하나의 현상 앞에 두 개의 상반된 현실이

존재하는 세상.요즈음의 세상이 이런

세상이지 싶다.


똑같은 현상 앞에 하늘과 땅만큼의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건널 수 없는 마음과

생각이 놓여 있는 지금의 한국의 모습이

잠시 머리를 스쳐갔다.


눈을 치우며 차길을 내고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내고 계신  그분들께 잠시 감사하는

마음과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져 보았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진다.


나이가 들며 눈은 어두워지지만 마음의 눈은 넓어지는 느낌이다.

이 느낌이 소중하고 귀하다.


비바람에 우수수 노란 눈처럼 쏟아지는

은행나무 잎을 보며 감격하고

겨울의 동백꽃의 빨강에 마음이 설레고 지는 노을에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고..


눈을 치우시는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집에

가면서도 전철을 타러 가면서도

여전히 나의 눈은 눈을 보기 위해 분주하고

마음은 설렌다.

작가의 이전글 질문의 미학 (2): 나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