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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빚은 언어:한강 스웨덴 강연

사랑은 심장과 연결된 금실

by 리빙북 Dec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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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탄핵 표결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4시 반. 눈이 떠졌다. 


머리맡의 핸드폰으로 손이 갔다. 

새로운 소식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한강 작가의 스웨덴 강연이 라이브로 

유튜브에 떠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한강 스웨덴 강연(24.12.7, MBC 유튜브)


어둠 속에서 한강 작가의 스웨덴 강연을 머리맡의 

베개에 휴대폰을 올려놓은 채 

눈을 감고 들었다.  



세상은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한강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자기 글쓰기를 끌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고 했다. 


2012년 한강은 광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상하며 광주의 망월동 묘지를 방문하고
광주사태를 포함한 
국가폭력의 여러 사례를
읽고 공부하며 이십 대 때부터 
일기장의
맨 앞 페이지에 적었던 질문들을 다시 던진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러나 자료를 읽을수록 이 질문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다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보고 질문을 뒤집는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소년이 온다"이다.


그러나 한강은 오랜 시간 글쓰기의 

동력으로 삼았던 


"세상은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란 질문에 대해 이삼 년부터 의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질문하게 된다.



사랑에 대해 -우리를 연결하는 고통에 대해-질문했던 것일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움이었던 것은 아닐까?


한강의 강연은 얼마 전 이사를 하며 창고를 정리하다 

발견한 구두 상자 안의 시집의 시에서 시작한다.


서울로 이사하기 전 9살의 한강이 8편의 시를 

모아 만든 1979년의 시집에서 한강은 얘기한다.


사랑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그리고 그 화두로 강연의 결론을 이끌어 간다.


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합니다.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의 세부들을 사용합니다.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합니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 주었고, 연결되어 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작금의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한강의 조용한 낭독이 

한줄기 빛처럼 가슴에 비추어진다.


이 한줄기 빛과 같은 한강의 노벨상 기념 강연과 

어둠처럼 느껴지는 이 땅의 혼란이 같은 시각에 

같이 공존하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한강의 얘기를 믿고 싶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실로 서로서로의 

심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의 연결된 실이 이 혼란을 뚫고 나가 

사랑의 연대를 이루고 사랑으로 이 땅이 

다시 화평해질 수 있음을.. 



 https://www.youtube.com/live/TMt01ak-Swk?si=cuQRFh3vmBBeL_jC




브런치 글 이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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