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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May 15. 2018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마음은 청춘인데...

일주일에 두 번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피트니스 센터에서 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피트니스 센터는 시그너쳐(Signature) 클럽이라서 시설면에서 일반 피트니스보다 좀 더 럭셔리하고 업그레이드되어 있으며 멤버들에게 캐나다 클럽도 이용할 수 있는 약간의 특전이 주어져 멤버십 가격이 일반 클럽보다 좀 비싸다. 내가 일하는 곳은 구글 익스팬디드 캠퍼스(Google Expanded Campus, 구글 시애틀 지사)가 있는 곳으로 주로 컴퓨터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애용하는 클럽이다. 따라서 저녁시간인 내 수업에 오는 학생들은 거의가 직장인들이고 주중에 일을 마치고 클럽에 들러 운동과 샤워를 하고 집에 가는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에 들어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온통 머리와 긴 수염이 밝은 실버 색인 키 큰 할아버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날 기다리고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하는 말이 자신의 이름은 도널드(Donald, 도널드 트럼프가 아님)이고 오늘부터 내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다. 그러고 보니 그가 입은 헐렁한 후드 티셔츠에 도널드 덕(Donald Duck, 1934년에 월트 디즈니 영화에서 만들어 낸 카툰)이 노란색과 녹색으로 크게 그려져 있었다. 내가 도널드 덕을 가리키며 오리가 귀엽다고 웃으니 46세인 자기 아들이 사줬다면서 핫핫핫! 크게 웃었다. 요가 경험이 있는지 물었더니 자기가 보잉(Boeing)에 근무할 때 회사에서 제공하는 요가 프로그램에 늘 참석했었다 한다. 아마도 수 십 년 전의 경험일 게다...


도널드가 중간쯤의 줄 맨 가장자리 벽 쪽에 자리를 잡자 이내 수업이 시작되었다. 주로 젊은 층의 학생들이고 요가 경험이 많은 수련자들이라서 여느 때와 같이 에너지 넘치고 강도 높은 비니 요가 빈야사 플로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모두들 깊은숨을 내쉬며 쉽게 따라오고 있는데 유독 도널드 할아버지만 뒤처지는 게 계속 주의를 끌었다. 포즈를 취할 때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표정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충분히 허리를 웜업(Warm up)하고 코브라 (Cobra pose뱀 자세) 포즈를 취했지만 그는 허리, 어깨 통증으로 상체를 들지 못하고 얼굴만을 천정을 향해 위로 쳐들었다. 자주 다가가서 포즈를 수정해주고 조언을 했지만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해서 옆으로 넘어지기도 했다. '더 열심히, 내 몸을 희생시켜가며, 내 한계를 넘어서야 돼..' 등등의 자기 암시... 그래야 인정받을  수 있고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No pain, No gain의 개념이 머릿속에 철저히 박혀 있는 것일까..? 옆 사람들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자세를 취할 때는 마치 시합에 나온 선수처럼 승부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물론 그런 마음가짐이 좀 더 나아지고 발전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론 내 성취 욕구는 매우 높은데 비해 몸 구조(anatomical structure)는 따라가지 못해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찌르는 듯한 통증, 결림, 근육과 관절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이처럼 자신의 몸을 심하게 몰아붙이는 행위는 전혀 요가가 아니다.  남의 몸을 함부로 다루거나 상처를 입히는 것이 결코 허락되지 않기에 남에게는 조심하면서 왜  자신의 몸에는 이런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일까?  도널드가 잘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 Listen to your body talk and Honor your body and its limits!"

(자신의 몸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몸의 한계를 존중하세요!)


" Yoga is not just a work-out, it is a work- in! – it’s about working on yourself.” 

(요가는 몸 바깥을 운동하는게 아니라 몸안 즉 내면을 운동하는 거고,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운동이에요.)


 도널드에게 자주 시선이 가고 혹여 다칠까 신경이 쓰여 다른 학생들을 봐줄 수가 없었다. 이건 다른 학생들에게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2주 정도를 지켜보다가 아무래도 이 수업에는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이 끝나고 지쳐있는 도널드를 휴게실로 데려가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널드는 올해 80세란다. 190cm의 큰 키에 적당한 몸을 가졌는데 헐렁한 후드 티를 벗으니 달라붙는 반팔 티셔츠 안에서 마치 임신한 것처럼 유독 배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팽팽이 돌아가는 두터운 안경 속에서 눈은 웃고 있었지만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일단 퇴직한 지가 오래되었으므로 시간이 많을 걸로 예상 되어 수업 스케줄을 보여주면서 넌지시 아침에 하는 다른 수업을 가리키며 말문을 열었다. 


- 이 수업에 가는 게 어떨까요? 오전 수업에는 주로 시니어(Senior)들이나 주부들이 많아 좀 gentle하거든요.

-  No, 아침에는 Aqua Fit(물에서 하는 에어로빅)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 오후에 좀 쉬었다가 이른 저녁을 먹고 나오는 이 시간이 딱 좋아.

- 그렇지만 이 수업이 힘들지 않으세요? 보시다시피 이 수업이 젊은이들이 많고 intermediate level(중간 단계)이라서 좀 빠르고, 포즈도 따라 하기 어려울 거 같은데요..

- 괜찮아, 조금 어렵긴 한데 난 할 수 있어. 내가 회사 다닐 때 요가를 오랫동안 했거든. 그리고 지금 내 몸은 요가가 필요해. 의사도 권했어..

- 아, 그러면 제가 시니어 클래스(Senior Class, 노인들을 위한 수업)를 다른데서 하고 있는데 여기서 가까우니 화요일에 여기 오는 대신 수요일에 거기로 오시겠어요? 거기 학생들은 70-80대 여자들이고 남자가 한 분 있어요. 같이 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 No, 나는 나이 많은 그룹에는 안가. 그 그룹은 너무 늙었잖아. 내가 여기 오는 이유도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야.

- 네..? 헉!!

다른 학생들의 불편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활기와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자신의 의도대로 또 자신이 나이에 비해 얼마나 요가를 잘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도널드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계속 수업에 나타났다. 허리, 무릎, 손목 관절이 모두 건강해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의 요가를 보면 아슬아슬 줄타기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본인이 오겠다는 수업을 못 오게 할 수는 없으니 변형된 포즈들을 제시하며 계속 주의를 기울였다. 그렇게 하길 3개월이 지나자  갑자기 도널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나타날 때는 늘 부담스럽던 도널드 할아버지가 시야에서 사라지니 여행을 갔나, 집에 무슨 일이 있나, 사고가 있었나, 다쳤나 하고 궁금하였다.


도널드를 못 본 지 5개월 후에 우연히 쇼핑몰 주차장에서 도널드와 마주치게 되었다. 반가워서 인사를 했더니 그는 허리 통증이 심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더 이상 요가를 못하겠다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옛날에 깨달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로부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전국 각처에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그 깨달음의 과정이라는 게 결코 쉽지 않아서 수많은 시간을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련과 정진을 하였다. 그런데 학생들이 깨달음을 얻기도 전에 몸이 지쳐 포기하고 나자빠졌다. 그래서 깨달은 자들이 '안 되겠다! 깨달음의 긴 여정을 가려면 먼저 몸을 먼저 만들어야겠구나.' 해서 만든 게 아사나 수련이라 한다. 즉 아사나 수련(신체적 요가 수련)은 명상,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지 자기 몸을 프레첼처럼 이리저리 마구 뒤트는 곡예사(Contortionist)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가는 다른 운동이나 스포츠에 비해 부상이 일어나는 정도나 빈도가 매우 낮지만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지나치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뼈나 근육의 정렬이 어긋났을 때 (consistent over-stretching and misalignment)는 부상(Injury)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 요가 부상(Yoga Injuries)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요가는 결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댄스나 팬터마임(Pantomime)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경쟁이 아니므로 초보자가 어드밴스드(Advanced Level) 그룹에서 수련을 한다 하더라도 옆사람을 보지 말고 자신의 몸만을 바라보며 집중해야 한다. 


둘째, 과거에 자신이 잘 했다는 사실, 혹은 한 달 후에 보여주고 싶은 몸이 아니라 현재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아사나 수련은 폼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고 꾸준히 하다 보면 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자신의 몸을 존중하고 한계를 인식하며 인정해야 한다.


셋째, 아무리 훈련된 요가 수련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몸 근육과 뼈를 정렬(alignment) 하기 위해서는 요가 블록이나 벨트 등의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길 권한다. 몸의 구조가 대칭 구조를 이루어 안정(stable)되어 있으면 요가 부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넷째, 자신이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강도 높은 운동을 주로 하고 있다면,리스토러티브 요가(Restorative yoga, 회복 요가 )와 같은 좀 더 젠틀한 스타일의 요가를 해서 지나친 관절과 근육의 사용에서 오는 부상을 막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는 사무직 사람들에게는 관절과 근육 사용이 많은 활기찬 요가를 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기를 권한다.


다섯째, 자신의 몸이 깊게 들어가는 것을 저항한다면 선생이 몸을 세게 누르며 깊은 포즈를 취하게끔 돕고자 할 때" STOP"하고 요청한다. 나보다 내 몸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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