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마산에서 첫 낙찰 이야기 6
띵동.
초인종이 울리자 문 너머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경매 낙찰자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앞에 나온 여자는 30대 후반 내 또래로 보였고,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명도 협상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던 순간,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
"들어와서 이야기하시죠."
난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섰다.
그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현관부터 거실까지 이어진 산더미 같은 비닐봉지들,
한참 동안 씻지 않은 듯한 그릇들이 싱크대를 가득 채운 상태였다.
그곳은 말 그대로 삶을 포기한 듯한 흔적들로 가득했다.
식탁에 앉은 그녀는 곧바로 울먹이며 말을 꺼냈다.
"저, 나가서 살 돈이 없어요... 어떻게 한 달 안에 집을 비우라는 거예요?"
나는 잠시 말을 잃었지만, 곧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도 이사비를 드릴 의무는 없습니다.
이렇게 나오시면 강제 집행을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제 집행이요? 그게 뭔가요?"
"정해진 시일 내에 집을 비우지 않으면 법적으로
강제로 집을 비우는 절차를 진행하는 겁니다."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그와 동시에 방 안에서 어린 두 딸이 나와 엄마의 눈물을 보며 묻기 시작했다.
"엄마, 왜 울어? 우리 집 없어지는 거야?"
그 아이들을 보자 내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한편으로는 당장이라도 3개월을 연장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 연장을 허락하면, 3개월이 6개월, 1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너무나도 어려운 순간이었다.
머리와 가슴이 충돌하며 계속 갈등을 일으켰다.
"한 달 안에 집을 비우는 조건으로 이사비를 드리는 게 마지막 제안입니다.
그게 어렵다면 강제 집행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마음이 약해지기 전에,
나는 서둘러 집을 나왔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명도 팀장인 공 팀장에게 연락을 했다.
"공 팀장님, 제가 상황을 잘 처리한 건가요? 그분이 너무 안타까워서요…"
공 팀장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대표님, 잘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연장을
허락했다면 이후 더 어려운 요구가 이어졌을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렇습니다. 점유자들은 처음에는
간단한 요구를 하다가 점점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도 협상이 잘못 흘러가면 1년 동안 집을 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공 팀장의 말에 나는 조금 안심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 있었다.
특히 두 아이가 엄마의 눈물을 닦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경매는 자선이나 기부가 아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점유자를 내보내야만, 낙찰받은 집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렇지 않으면 나 역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녀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마음이 다시 급해진 나는 공 팀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아직 점유자 쪽에서 연락이 없나요?
전화를 한 번 해보는 게 좋을까요?"
공 팀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대표님, 제가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전화를 하는 건 협상에서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과연 공 팀장이 생각한 묘안은 무엇일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