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치기

청춘, 제 8차 성징

by 그믐

수차례의 사춘기, 수차례의 성장통.

2차 성징 이후 세보지 않았던 계기들.

이번 스물셋 여름에 찾아온 녀석을 팔차성징쯤으로 정의내리기로 한다.


청춘이 아픈 가장 큰 이유는 아무에게도 답을 얻을 수 없다는데 있다.

수많은 성징들로 구성된 청춘을 이미 겪어버린 이들도 그때와 같은 나이, 제각기 다른 청춘들을 맞고있는 우리에게 그저 껄껄 웃으며, 잘하고 있다고, 네가 맞노라 말한다.

그들의 웃음과 저 짧은 말 한마디는 귀찮음이나 가식이 아닌 진심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것이 격려이고 위로가 되는때엔 청춘을 다 지나보낸 지금 그들의 나이쯤인 것 같다.


이번 팔차성징의 특징을 정리해보자면 그렇다.

좋아하는 것이면 해보는 나이와, 잘하는 것을 해내야 하는 나이의 경계에 서있다.

내가 막연히 좋아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것들은 깊이 파고들면 파고 들수록 '이런 나마저 좋아할 수 있어?' 하는 건방진 표정으로 나를 조롱한다.

그런 그 앞에서 나는 멈칫하고 주춤하며 파보지도 않은 우물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파고든 발자취를 거슬러 보기도 한다.

나는 괴리감과 열정 사이의 싸움에서 괴리감에 더 쉽게 수긍하며, 당차게 시작하던 그 포부를 기억에서 지운다.

그리고 그 땐 어려서, 잘 몰라서 라는 합리화에 속이 쓰리다.

내가 파기시작한 우물이 얼마나 깊을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겨우 내 몸하나 숨길 구덩이를 팠을 수도 있고, 혹은 이미 두 발 가득 물 속에 잠궈놓았는지도 모른다.


청춘을 소비하는 일은 뜻깊다. 하지만 청춘을 위해 시간과 돈을 대량 소비하는 일이 얼마나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과,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배워간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순간엔 꿈을 꾸는 것 보다는 상상하는 일을 그만두고 그저 먼 뒷발치에서 궁금해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이요,

선택을 해야하는 지금과 같은 순간엔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계획과 현실에 가까운 상상이 필요하다.

많은 꿈을 꾸면서 자랐다. 그리고 때때로 이런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거나, 괴리감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나는 그 꿈들을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저 발 만 담구었을때의 차가움이 온 몸을 다 내 던졌을때의 따스함을 외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색의 바다에 뛰어들면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생각지 못한 오염과 마주할 수도 있다.

발 끝에 와닿는 온도만큼 따스한, 저 멀리 눈으로 보던 색만큼 한없이 빠져들수록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위해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나이기를.

또 그런 행운을 기대해 본다.


201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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