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좋아해본 적은 기억의 해저쯤에 살아가고있는듯하다.
당사자의 인생을 당사자가 아닌 부모만이 기억하던 삶의 첫자락즈음이다.
그런 겨울이 기억의 서기 이래 처음 좋아질 것 같은 연말이다.
목이 빠지게 짝정을 기다리는 일에는 분노와 공포와 설레임이 따른다.
애타는 마음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라는게 너는 준비되었느냐라는 되물음이라는 사실이 씁쓸했다.
그러나 그 견고한 질문만큼이나 완전한 위로란 없었다.
난 저먼치로 시선을 넘기다 다시 발치를 내려다보다를 반복하며 지내고 있었다.
어쩌면 나의 바람은 막연하기 짝이 없는 꿈 속의 꿈이었으리라.
지금의 나는 간절하던 재회 앞에서 커피한잔 사주겠노라고 얘기할 수가 없고
그저 걷고 얘기를 나누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리고 그런 날 지켜봐오지 않은 이에게 나는
그저 걷고 얘기를 나누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라는 말만큼은 차마 하지 못하기에
나는 그런 말을 할 기회조차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서 기뻤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여 기쁜 내가 슬펐다.
어쩌면 나의 기다림은 나의 그리움은
슬픈 나를 위한 은신처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 겨울이 좋은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직 오지 않아서이요,
나는 맘껏 홀로 투정부리고 기뻐하다 슬퍼하다 기다리다 화를 내다
그리워할 수 있음이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꽤나 즐기고 있었다.
당신이 오지 않아서 우리가 인연임이 아니라
내가 아직 아니라서 당신이 오지 못하는 것뿐임을.
그래서 그대가 오는 그 날에 우리는 인연일 것이라고.
2014.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