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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_Art SG_Galleries

by 동그라미




이번 시간에는, 2025 Art SG 참여 갤러리와 참여작가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금년도에 참여한 갤러리들을 보면 대형 갤러리들도 다수 참가해 글로벌 아트페어의 구색을 맞췄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특성상 자국 갤러리들의 비중보다는 타국의 비중이 많은 점이 특징으로 다가온다. 또한, 해당 행사에 싱가포르 독립 60주년을 함께 해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Art SG 운영기간 싱가포르 정부는 Singapore Art Week을 지정해 싱가포르 전역에 130개가 넘는 예술 이벤트가 기획해 자국 방문을 홍보하고 있어 싱가포르 자체적으로도 2025 Art SG에 가진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Art SG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올해부터 Art SG를 통해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이하 SAM) 소장품 확보를 위한 기금이 출범했다는 점이다. 해당 펀드는 3년간 Art SG에서 소장품을 매입한다고 하니, 아트페어에서 발생할 매출이 자연스럽게 추가되어 참여 갤러리들에게는 희소식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기금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 흘러 들어와 시장을 키우게 되는데 이러한 자금이 직접적으로 아트페어에 사용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림1.jpg Art SG 2025 대륙별 참여 갤러리 (SOURCE: 자체조사)


금년도 Art SG에는 총 105개의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가장 많은 참여 갤러리를 배출한 지역은 35.24%를 차지한 유럽연합이 차지했고, 뒤를 이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참여한 갤러리의 비중이 50% 이상 차지했다. 국가별로 살펴본다면 가장 많은 참여 갤러리를 기록한 곳은 총 13개의 갤러리가 참여해 12.4%의 비중을 차지한 개최국 싱가포르였다. 2위는 바로 대한민국인데, 총 11개의 갤러리가 참여해 10.5%를 기록했다. 3위는 9.5%를 차지한 영국, 4위는 8.6%의 미국, 5위는 6.7%를 기록한 일본이었다. 대한민국이 2위인 점이 굉장히 놀랍지만, 글로벌 미술시장에 비해 침체를 심하게 겪은 국내 미술시장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갤러리들이 해외 아트페어 참여에 눈길을 돌린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KakaoTalk_20250115_142406624.png Art SG 2025 국가별 참여 갤러리 (SOURCE: 자체조사)


그렇다면, 이번 시리즈의 중요 콘텐츠인 Galleries에서 다룰 갤러리는 어떠한 갤러리인가? 필자는 우선적으로 글로벌 갤러리 중에서도 국내에 잘 알려진 갤러리들은 금번 아트페어에서는 제외하고자 한다. 일단 그들이 다루는 작가들과 스토리를 모두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뿐더러 올해 남은 아트페어 일정에서 그들을 필히 다룰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갤러리들과 한국에 지점이 있는 글로벌 갤러리 역시 차후 국내 아트페어에서 다룰 기회가 많기에 금번 글에서는 제외했다. 이후 필자는 105개의 참여 갤러리 중 그간 참여했던 아트페어 중 규모 있는 글로벌 페어 참여 이력이 있으면서도 소재한 국가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작가군을 가진 갤러리들을 추려냈다. 그 결과, 위와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갤러리는 총 4곳의 갤러리가 선정되었다.


1. Gajah Gallery (Singapore)

2. Goodman Gallery (Republic of South Africa)

3. CAYON (Spain)

4. DAG (India)


하지만, 시간 관계상 금번 아트페어가 열리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갤러리인 Gajah Gallery를 소개하고자 한다.




Gajah Gallery

gajah gallery.jpg Gajah Gallery 전경 (SOURCE: Art Basel)

Gajah Gallery는 1996년 체니 탄(Chenney Tan)이 설립한 이후 동남아의 작가들을 글로벌 미술시장에 선보이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들은 싱가포르, 자카르타, 족자카르타에 지점을 두고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족자카르타에 Yogya Art Lab(이하 YAL)이라는 스튜디오 공간을 운영하며 작가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데, 현재 홈페이지 상에는 총 10명의 작가가 소개되어 있다. 이 스튜디오는 2012년에 설립되어 브론즈,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유리, 레진 등 입체 조각물과 관련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스튜디오 출신 작가들이 도쿄 아트페어(Art Fair Tokyo),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Kong) 등에 참여하는 등 동남아 작가들의 글로벌 진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https://gajahgallery.com/


금년도 Art SG에는 ‘Ben Cabrera’, ‘Marina Cruz’, ‘Mark Justiniani’, ‘Han Sai Por’, ‘Kayleigh Goh’, ‘Yunizar’, ‘Jemana Murti’, ‘Ridho Rizki’, ‘Gusti Ayu Kadek Murniasih’ 등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작가 9명이 참여한다. 이들 중 필자가 소개할 작가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필리핀의 국민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었던 ‘Ben Cabrera’와 최근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 ‘Marina Cruz’이다.


Ben Cabrera

KakaoTalk_20250114_144711889.jpg (SOURCE: Esquire Philippines)


1942년 필리핀에서 태어난 Ben Cabrera(이하 벤 카브레라)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로, 필리핀대학교(University of the Philippines)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필리핀의 문화 정체성과 역사를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내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Boy Afraid of Tremors.png Boy Afraid of Tremors (SOURCE: Ben Cabrera, León Gallery)


그의 작품은 스페인 식민 시대부터 현대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필리핀이 겪은 역사적 어려움을 반영하면서도, 그 속에서 밝은 미소와 희망을 잃지 않는 필리핀 국민의 강인한 정신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외된 계층은 단순히 사회적 현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전한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필리핀 국민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글로벌 미술시장에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메시지로 인해 필리핀 정부는 2006년 그를 필리핀 국민예술가(National Artist of the Philippines)라는 칭호를 선사했고, 이에 화답하듯 벤 카브레라는 2009년 바기오에 ‘BenCab Museum’을 설립해 자신이 받은 사랑과 필리핀 예술에 대한 중요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림1.jpg Sabel 시리즈 좌측부터 1991, 2003, 2000년 작품


그의 작업 중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시리즈로는 <Sabel>을 꼽을 수 있다. 이 시리즈는 그가 마닐라 거리에서 목격한 한 여성 정신질환자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그녀는 비닐 시트와 천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다녔는데, 벤 카브레라는 그녀를 통해 역동적이고 강렬한 인간성을 포착했다. 그에게 있어 이 정신질환자는 단순히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그녀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필리핀 국민의 강인한 정신과 회복력을 상징하는 존재다. 벤 카브레라는 이러한 주제를 추상적이고 역동적인 표현 방식으로 담아낸다. 특히, 그는 대담한 선과 유동적인 형태를 사용해 인물의 움직임과 감정을 강조해 작품에 담긴 메시지와 함께 시작적인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렇게 필리핀의 역사와 국민들을 작품에 담아낸 그의 작품은 필리핀을 넘어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런던의 Tate Modern, 싱가포르의 Singapsing Art Museum, 일본 후쿠오카의 Fukuoka Asian Art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여담으로 그의 작품을 보면서 최근 국내 전시로 인지도가 높아진 툴루즈-로트렉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툴루즈-로트렉 작품에서 느껴지는 일러스트와 같은 상업미술의 느낌이 벤 카브레라의 작품에서도 느껴지는데, 아마도 이런 느낌은 벤 카브레라 역시 대학 재학 및 중퇴하는 시기에 잡지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생긴 특성이 작품에 녹아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Marina Cruz

KakaoTalk_20250114_145112856_01.jpg (SOURCE: Marina Cruzart.com)


두 번째 작가는 필리핀 출신의 Marina Cruz(b.1982)이다. 그녀는 필리핀 미술의 떠오르는 스타 중 한 명으로 필리핀 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그녀는 개인적인 가족사와 경험을 토대로 기억과 정체성, 시간을 이야기한다. 특히, 오래된 가족사진과 낡은 옷 등의 실존적인 물질에서 영감을 받아 흩어져가는 기억을 붙잡고 이를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12.jpg 좌측부터 'Blushed and Blemished', 'When Elisa Was Seven', 'Untitled'


그녀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시리즈는 <Untitled(Dresses)>이다. 가족들이 물려준 드레스를 극사실주의적인 표현 방식으로 세세히 화폭에 옮겨냈다. 크루즈는 작업의 재료로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수제 드레스들을 사용한다. 그녀는 이 드레스들에 남겨진 세월의 흔적을 섬세하게 화폭에 옮기며, 이를 통해 자신의 가족사와 그 속에 담긴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특히 그녀의 작업은 할머니, 어머니, 이모와 같은 여성들과 패션을 사랑했던 가족 구성원들의 정신적인 관계성을 짚어냈다.

크루즈에게 낡은 드레스는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그 옷을 입었던 사람과 연관된 추억과 경험,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물건이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물리적 대상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각 드레스가 지닌 주름, 패턴, 바느질 자국 등에서 착용자의 흔적과 이야기를 끌어내 관람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마리나 크루즈는 가장 작은 단위인 '나'를 시작으로 가족, 그리고 필리핀의 문화, 이를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담아 큰 호응을 만들어 냈다. 이런 그녀의 작품은 싱가포르의 National Gallery Singapore, 필리핀의 National Museum of the Philippines, 일본의 Fukuoka Asian Art Museum 등에 소장되어 있다.




새해 첫 프로젝트, 새로운 시리즈가 어떻게든 1회 차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마음먹은 것과 달리 준비 기간이 다소 촉박하여 다양한 갤러리와 그들의 작가들을 살펴보고자 했던 계획이 지켜지지 못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올해 아트페어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새로운 갤러리와 새로운 작가들, 그리고 유명한 갤러리와 그들의 작가들을 함께 살펴보며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함께 알아보는 시리즈가 되었으면 한다. 그럼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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