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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Jan 02. 2020

나 14

너는 너답게 살았니


 2019년 1월이니 딱 일 년이 되었다. 이불을 베개 삼아 옆으로 누웠다가 바로 누웠다가,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나답게 되는 법을 아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몸이  저절로 곧추 세워졌다. "너는 너답게 선택하고, 너답게 얘기하고 살았니?"라고 몽테뉴가 어깨를 두드리며 나에게 묻는 듯 망상이라는 짓을 하고 있었다. 책은 말을 할 수 없으니 망령된 생각임이 분명했다. 눈물이 그냥 흘렀다. " 왜 너답지 못했어?" 몽테뉴의 환청까지 들으며 한동안 고개를 들을 수가 없었다. 미친 듯이 울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나답게 되는 법을 아는 것이다.(몽테뉴)


 부모님의 피를 빨아먹고 따 놓은 졸업장은 장롱 속에서도 밀려나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른다. 어떻게든 살아 볼 끼라고 따놓은 온갖 쓰잘머리 없는 자격증들은 누가 주었나 기억들에서 사라졌고, 잘난 척에 콧방귀를 뀌어는 봤나!  아무리 쥐어 짜내도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떠오르지 않아 초라한 내 모습에 울었다. 돌아가신 부모님께는 죄송하고, 내가 선택한 결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기에 또 울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구질구질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도 울었다."그냥 그렇지 뭐"라고 말하는 내가 바보 같아서 울었다. 나답게라는 단어가 어디에 존재는 했었는가! 깜짝 놀라서 울었다.


상대방의 판단이 아니라 내 판단을 믿는다.  (몽테뉴)

 두리뭉실 뭉쳐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쳐 표현할 방법을 찾는다. "그냥 그렇지 뭐."라고 말했던 것을 피자 조각처럼 쪼개어 적어 본다  울고만 있었던 나밖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질기게 견뎌온 그것도 나였다. 이것이 어쩌면 늦게라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인지 모른다. 꿈속에서 몽테뉴를 만나는 날을 기약 없이 기다린다.  멋진 그가 "너답게 살았니?"라고 말을 걸어준다면  "너무 잘 살아보려고 나답지 못했어요. 이제라도 나답게 살아보려고 글을 쓰고 있답니다."라고 말하는 나를 상상하며 준비도 한다. 생각만 해도 어찌 이리도 좋을 수가. 그 처럼 멋지지 않겠는가!.






2020년 1월 01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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