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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Feb 27. 2020

삶 13

감당한다는 것



 유독 춥지 않았던 겨울은 가려하는데 신산한 삶이 발목을 잡는다. '외출을 자제하라'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긍금하지 않았던 밖으로 눈을 돌리며 답답함에 창문을 연다. 청개구리 심보가 옆구리에 붙어있는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 진다. 어둠을 빌미로 슬쩍 강변 길을 걷는다. 인적은 없다. 동창생 안부전화 소리에 잡초에 걸려 강물 따라 보내지 못한 시간들이 떠올라 어둠은 두껍고 가볍게 흐르는 강물도 짙어 보인다.





지방에 뚝 떨어져 살다 보니 고등학교 동창생들과는 거의 연락이 없었다. 5년 전쯤 고등학교 1학년 때  반장이었던 친구가 전화가 왔다. 세월이 흘렀어도 기특하게 반장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45년이 훌쩍 가버렸으니 전화 속 목소리는 서먹했지만 기억 찾기 놀이에 열을 올렸다. "너네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 두부조림 반찬이 맛있었어." 웬일이니 웬일이니 하면서 별걸 다 기억하고 있는 동창생과 호들갑을 떨며 웃었다. 한참 그 시절을 소환하던 중  "너 서대문 부잣집 딸이었잖아!"라는 말에 전화를 끊은 후 동창생을 만난 기쁨은 잠깐. 쌀통에 쌀이 떨어졌던 내 결혼생활이 생각나서 한동안 남편이 지독하게 미웠다.


허황된 꿈은 꾸지 않고 살았거늘 삶은 느닷없이 들이받는 자동차처럼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일들이 부지기수다. 어찌 감당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지지리 궁상 같은 얘기를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건 죽을 둥 살 둥 견뎌냈기에 떠들고 있다. 


실체도 없는 코로나 19가 덤빈다. 자식들도 오고 가지 못하고 재난문자 소리에 가슴이 뛰며 숨도 제대로 쉴 수없게 마스크로 꽁꽁 싸매야 하는 상황. 싸울 수도 없고 감내해야 한다. 꽃피는 봄날 자유롭게 숨을 쉴 때 오늘을 기억하며 이야기할 수 있기에 말이다.




2020년 3월 27일 맑음.  코로나 19  감염자 1766명. 내가 사는 곳은 경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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