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3명이 모인 단톡 방이 오래간다. 셋이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도 어느 정도 화제가 이어진다. 햇수로 7년째 이어가는 책모임 단톡 방, 그보다 오래된 친구 셋 단톡 방, 회사에서 만난 친한 지인과의 단톡 방도 3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생긴 단톡 방이 바로 이 ‘바프방’ 지난해부터 버킷리스트로만 품고 있던 바디 프로필 준비방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셋 정도가 모이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언가 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까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락 기능이 있는 것 같다. 혹여 한 사람이 흔들려도 꿋꿋이 앞으로 가는 두 명이 바쳐주면 다시 원래 사이클을 되찾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목표 의식이 희미해질 때쯤 쉽게 마음을 가다듬게 해 준다.
2021년 원래 목표는 복싱대회 출전이었지만 코로나로 무산되었다. 전적으로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이대로 도전기를 끝내긴 아쉬워 함께할 동료를 모았다. 남편의 두 친구와 함께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두 사람은 의지가 강하고, 한번 내뱉은 말은 어떻게든 결말을 짓는 진득함이 있다. 두 사람의 기운을 받아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워보려 한다.
본격적인 시작은 지난 1월 1일 층간소음 방지 ‘악마 매트’를 당근 마켓에서 구입하면서부터다. 하루 만 원 지출을 벌벌 떨며 사는 요즘 중고로 6만 원이나 되는 소비를 한 건 큰 결심이었다. 복싱장이 문을 닫은 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다. 집에서라도 근육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해야겠다. 그리고 이왕 꾸준히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신년 목표 하나 이루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바디 프로필. 말 그래도 내 몸의 윤곽을 드러내는 사진을 찍어보려고 한다. 왜 찍는가의 질문은 아직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찍어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겠다 싶었다. 서른둘의 코로나 시국. 어차피 올해도 해외여행을 나가긴 어려울 것 같고, 운동과 식단에 집중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간도 없을 것 같다. 내 인생의 한 장면을 기록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에 임하고 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 결과물이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하루 한 시간 이상의 운동을 매일 하고, 자극적인 음식 대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 잡힌 식단을 하고. 그걸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보는 과정 자체가 내게 가르쳐주는 것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 2주 후에는 복싱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집에서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분명한 동기가 될 것 같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에 동반자가 있다는 건 벌써 반 이상은 성공을 보장한다. 혼자 하면 악을 쓰게 되지만, 셋이서는 웃긴 비명을 지르며 갈 수 있다. 세상에 나 혼자 고생하는 것 같은 억울함을 덜어내고, 목표에 하루하루 다가가는 과정을 좀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나처럼 매일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이라 브런치에 남기길 좋아하는 사람은 특히 더 그렇다.
오늘은 정말 몇 달 만에 한강 달리기를 하고 왔다. 이것 역시 셋이 모여 한번 뛰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날짜와 시간 약속이 잡히고, 추운 날씨에 챙겨야 할 옷가지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확실한 오늘이 되었다.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맞으며 땀을 흘리고 나니 히죽이죽 웃음이 나왔다. 이촌역 근처 샐러드 식당에서 각자 스테이크와 연어, 닭고기가 올라간 샐러드를 한 접시씩 먹고 뜨끈한 커피까지 한잔 하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서로의 계획과 고민이 되는 지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들을 가볍게 내눌 수 있다는 점에서 3인의 숫자가 좋다. 촉을 세워 바로 답장을 하지 않아도 내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을 하듯 링크와 사진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각자의 일터와 집에서 매일을 보내지만 하나의 목표에 대해서는 언제나 의견을 물을 수 있고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하다.
1월도 벌써 열흘이 지났고, 남은 20여 일간의 시간 동안 식단과 운동에 얼마나 익숙해질지 기대된다. 2월은 아마 더욱 힘든 식단과 운동으로 스퍼트를 높일 것이고 그 시간 역시 금방 또 지나간다. 셋이 시작한 일치고 흐지부지 끝난 일을 본 적이 없다. 오늘 저녁은 불고기를 먹었지만 내일 또 열심히 식단과 운동을 해버리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