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며,스페인 세고비아 )
가을인가 했는데
마음 급한 겨울이
서둘러 뒤 울 찾았지만
가을은 순순히 뒷걸음질로
그리 쉽게 나앉지 않았다
가을 한 나절
한 뼘 남은 햇살이
앞 산등성에 내려앉더니
어느새 문틈으로 찾아와
이 가을은 눌러앉으려 한다
이내 창 너머 찬바람
문풍지 비집고 들려하지만
이내 가을은 문고리 부여잡고
아직도 힘 겨누는 듯해도
가을은 서서히 뒷걸음질 해야 했다
새벽에 내린 서리
산등성이에 허연 물들이고
흰머리 낙엽송 흔들며
추운 바람 던져주지만
끄트머리 가을은 골 부리며
저녁 그림자 벗어나려 했다
이젠 이 가을이 가면
더 성급한 겨울이 서두르고
서둘렀던 겨울은 멀리 가면
애틋한 봄 고을 지을터이니
오는 겨울 고이 반겨주고
아쉬운 가을 모른 척 내어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