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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Nov 05. 2020

가을의 끝 자락

(아침에 만난 가을, 칭짱열차에서 만난 쿤룬산맥)

파랗고 높은 하늘이 열리고

코스모스 빨간 꽃 피울 무렵

여름을 살 찌운 계절은

세월에 가을을 입히려

서늘한 바람을 떠안아 왔다.


하늘에 열린 붉은 감 하나가

가느다란 바람에 그네를 타고

호젓한 마당 가에 잠자리 날면

흐르는 세월 아쉬워하는 양

영글던 가을도 발길을 멈추고

노란 모과 향에 숨이 멎었다.


먼 산에 낙엽 지며

하루 햇살 뉘엿거릴 때

길가 나뭇잎 바람을 타고

하나둘씩 거리에 나 뒹굴면

옷깃을 여민 이웃들 모여

다정한 손길로 소주잔 즐기는

멋진 가을날의  하루를 그려 놓는다


불그레한 늦은 불빛

창가 비집고 나오면

가을에 젖었던 이웃들도

영근 가을에 흥건히 취해

하나둘씩 붉은 낙엽이 되고

늦은 가을날은 그렇게 익어 간다.


가을의 끝자락이 가득히 익어

이 가을 더 성숙해지면

한적한 굴뚝에 연기 오르고

사람의 온기 가득해지니

무더운 여름 이겨낸 가을은

내줄 것 다 내어 준 홀가분한 계절이 되어

다가 온 겨울에 자리마저 주려

고운 가을 자릴 비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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