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억새가 가을을 불렀다.

(가을이 오는 계절, 갈대)

by 바람마냥

새벽에 나선 자전거길,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운동을 끝 낼 즈음이다. 산 골짜기에서 푸른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임을 실감하게 하는 바람이다. 비탈길을 내려가는 기분, 언젠가는 또 오르는 길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작은 냇물을 만났다. 언제나 맑은 시냇물이 이야기를 건넨다. 냇가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었다. 고마니 풀이 분홍색 꽃으로 단장을 했고, 노란 산괴불주머니가 다복하게 피었다. 조금 넓어진 냇가에는 바람에 너울대는 갈대밭이 있다. 하얀 억새도 한몫을 하고 한다. 가을을 재촉하는 꽃과 갈대와 억새가 계절을 알아 채린 모양이다. 고마니 풀, 산괴불주머니 그리고 갈대와 억새, 모두가 익숙한 가을 식구들이다.

고마니 풀이 꽃을 피웠다.

고마니 풀, 어린 시절 돼지우리 근처에서 늘 보았던 풀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놓자마자 낫을 들고 나섰다. 돼지 먹이를 위한 풀을 베기 위해서이다. 언제나 당연히 해오던 일, 많은 풀 중에 가장 쉽게 보았던 풀이 고마니 풀이었다. 고마니 풀이 분홍색 꽃을 피우고 도랑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고마니 풀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지 처음 알았다. 노란 산괴불주머니도 가을을 알려주려 한 몫하고 있다. 노란 꽃으로 단장한 산괴불주머니, 이름도 생소한 풀이다. 괴불주머니는 어린아이의 노리개를 뜻한다. 열매가 괴불주머니를 닮고 산에 산다 하여 산괴불주머니라 했는가 보다. 산괴불주머니의 노란 꽃이 깊어가는 가을을 빛내주고 있다.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커다란 키로 도랑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갈대를 만났다. 선선한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바쁜 계절을 재촉하는 듯하다. 갈대 하면 순천만의 갈대밭이 떠오르고, 가수 이정옥의 '숨어 우는 바람소리'가 생각나게 하는 가을 식구이다. 가끔은 묵직한 가수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이 떠 오르기도 한다. 순천만 국가정원이 들어서기 전의 순천만 갈대밭, 바람 따라 잎을 비비며 내는 소리가 그렇게도 정겨웠었다. 가끔 찾아가는 순천만, 아쉬움과 그리움이 가득한 곳이다. 갈대밭을 지나며 만나는 수많은 게와 망둥어 그리고 짱뚱어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갈대밭이었다. 삶이 변해 모습이 변했음이 언제나 아쉽기만 하다.


색소폰을 배우면 누구나 연주해 보는 곡이 이정옥의 ' 숨어 우는 바람소리'다. 정감이 있고, 그리움이 가득해 한번쯤은 연주해 보고 깊은 곡이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가수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도 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된 사람들이 자주 듣고, 부르는 노래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묵직한 저음으로 가슴을 울려주는 노래, 가을이면 한 번쯤 불러보고 연주해 보고 싶은 그리운 노래들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그리움과 추억을 흔들어 준다.

산괴불주머니 꽃

많은 기억과 추억을 꺼내 주는 갈대가 큰 냇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전에는 가까운 냇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갈대가 냇가에도, 언덕에도 그리고 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에 되질 세라 하얀 억새가 얼굴을 들고 있다. 갈대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억새풀, 가느다란 바람에도 몸을 그냥 둘 수가 없다. 언제나 바람에 몸을 맡김이 어울리는 억새, 산자락에 하얗게 피어 있다. 시골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작은 냇가에서도 볼 수 있다. 갈대와 억새, 자주 어울려 살아 가지만 혼동스러움을 준다. 갈대와 억새는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갈대는 갈색 계열, 억새는 흰색 계열이라며 간단히 설명해 주기도 한다.


갈대는 습지나 물가에서 자란다. 하지만 억새는 주로 산에서 자라지만 물가에서도 자란다. 갈대와 억새는 색깔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이지만 억새는 은빛이나 흰색을 띠고 있다. 억새보다 갈대의 키가 훨씬 커서 2m 정도까지 자라고 억새는 갈대보다 작게 자란다. 가을이면 한 번쯤 봐줘야만 할 것 같은 멋진 풍경을 주는 억새와 갈대다. 갈대는 순천만과 충남 서천 신성리 갈대밭이 유명한 반면, 억새는 정선 민둥산과 충남 오서산 등이 유명하다. 가을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유명 관광지들이다.

억새가 바람에 흩날린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들녘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길가엔 갖가지 야생화들이 서둘러 꽃을 접고 열매를 맺었다. 산을 넘어오는 바람은 시원함을 지나 벌써 서늘함에 배어있다. 푸르른 배추는 널따란 잎으로 몸집을 불렸다. 꺽다리 코스모스가 진빨강과 분홍빛을 자랑하고 있고, 서서히 구절초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서서히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가을이 깊어지고 코스모스가 질 무렵, 뜨락을 가득 메우고 있는 구절초가 꽃을 가득 피울 것이다.


변하는 바람 따라 가을은 점점 산골짜기로 접어든다. 깊은 골짜기가 서서히 누런 물이 들고, 서서히 누런 물감 은 들판으로 내려올 것이다. 널따란 들녘마저 물들면 성스런 가을이 짙어질 테니 세월을 저만큼 물러나리라. 서둘러 농부 발길 바빠지고 가을들판이 텅 비어지면 휑한 바람이 찾아오리라. 서서히 그 가을이 물러가고 겨울이 오면, 푸르른 녹음은 하양 속에 숨어 또 새 봄을 기다릴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계절 속에서 오늘도 허덕이는 숨을 참으며 비탈길을 올라서고 있다. 이 만한 즐거움이라도 맛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선선한 바람을 맞는 가을날의 아침, 흐르는 계절을 노래해 보는 즐거운 자전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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