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발걸음)
가을이 성큼성큼 산 넘으려 할 때
붉은 단풍이 골짜기마다
두 다리 쭉 뻗고 골부리는 날
앞산에도 붉은 단풍 아직도 남아
떨어진 햇살에 빛을 발하고
먼산 하얀 억새는 바람 굽이치며
지는 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가을이 가나 보다
붉은 단풍 두고 가나 보다.
붉은 단풍 가을을 보고
조금 더 있다 가라 하지만
갈 길 바쁜 햇살이 눈을 흘기며
오늘도 줄레줄레 가려나보다.
가을이 가나 보다
겨울을 준비하려 가려나 보다
붉은 단풍마저 남겨놓고
뒷산으로 가려나 보다
오는 봄 핑계 삼아 가을이 가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