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Greenery 15-0343
단편소설을 쓰고 나서 항상 그 끝을 정리하고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누군가의 상상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거 괜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이 단편소설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미안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써 내려간 단편소설 한 권, 한 권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 당시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가?' 라는 확실한 코멘트를 아니면 그 끝맺음을 남기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설의 끝에 달린 부록과도 같은 이 글은 철저하게 저만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이기적인 발상인 것도 같아서 내심 좀 그렇습니다.)
'한적한, 오후의 그린.' 이라는 두 번째 단편소설을 쓸 때,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히 오랜 기간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거의 방치와도 가까운 순간이 지속되고 있었을 무렵, 회사에서 우연한 기회로 미국과 멕시코로 출장을 가게 되었고 그때 생긴 방대한 시간 (평일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해봐야 호텔이고, 주말 그 여유로운 시간도 결국 호텔이었기 때문에 꽤 넉넉한 시간이었습니다.) 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뭐라도 하자!'
그렇게 다시 노트북을 열어 사진을 신중하게 고르고 무슨 내용을 쓸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이국적인 곳에서 (정확히 말하면 확실히 이국이죠.) 한적한 카페에 앉아 단편소설을 쓰는 그 즐거움은 꽤나 괜찮았습니다. 한국이었다면, 가볍게 옷을 입고 걸어서 5분 정도면 카페에 갈 수 있었지만 미국은 땅이 커서 그런지 몰라도 차를 타고 가야 카페가 나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볼까?' 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하자!' 라는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노트북과 키를 챙겨 부지런히 운전을 했습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 주말의 일과와도 같았습니다. 나름의 즐거움과 나름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단편소설 쓰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저에게 있어서 그런 방치되었던 순간과 다시 의지를 불태웠던 순간들이 하나로 합쳐져 이렇게 소설의 끝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일그러짐과
휘어져버린 조각과
선명한 녹색과
석양과 그림자
그리고
클래식 음악.
모든 것에 의미를 담고자 했는데, 그게 적절한 포물선과 적절한 속도를 가지고 이 단편소설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적당히 도달을 했을지는 모르겠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뭐라도 온전하게 닿았으면 하지만요.)
'순서와 결과' 를 생각했어요. 이 단편소설을 구체적으로 쓰기 전에요.
순서에 따라 일은 생겨나고 그 결과로 무언가가 변하거나 새롭게 생겨나는 것 같아요. 이 세상 (또는 우주) 모든 일은요. 절대라는 것은 없지만 이 부분은 그래도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이 하나의 법칙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우주적인 또는 우리의 배경과도 같은 이 세상의 법칙 안에서 과연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던 것 같아요. 때로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무언가의 법칙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느꼈던 적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저항 정신과도 같이 그 법칙을 깨부수고 나는 나아가야 한다! 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순서와 결과에 따라 이는 마치 석양이 지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지듯 그러나 다시 그 석양은 돌아올 것임을 아는 것과 같이 순응하는 것도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을 했어요.
정답은 물론 어디에도 없지만요.
뜨거운 여름날, 나뭇잎 사이사이로 태양 빛이 가득히 들어오는 정오에
한적한 카페에 앉아 글을 쓰며,
두 번째 단편소설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