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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주말주택-나는 현실적으로 지을 준비가 됐을까

by 꼬부기


프롤로그

만족할만한 집을 짓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번 지어보는 것이다.

첫 번째 집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나는 직접 설계하고 지어 사용하고 있는 집만 해도 10채가 넘는다.

아무래도 먼저 써보고 제안하는 것이 내 업業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집을 짓는 것 이상으로 수없이 많은 집을 화면 속에서 그려보았다.

화면 속 도면과 실물의 스케일은 몹시 다르다.

여러 번 설계하고, 여러 번 만들어보고, 오랫동안 직접 살아봐야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크건 작건 간에, 집 짓기는 거의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큰 이벤트이니까.


주말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의 시작은 비슷하다.

내가 소유한 텃밭에 거친 컨테이너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컨테이너하우스를 떠올리고 내부를 구상하다 보면, 결국 모두 비슷한 형태의 집이 나오게 된다.

분명 나만의 공간이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장소인데도 표현법을 알지 못하면 결국 선택지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애정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보면 나만의 시선과 표현법을 발견하게 된다.

집짓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먼저 알아가고, 그 표현을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미리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중에 도면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곳은 수없이 많다.

정작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나에게 맞는 집을 짓기 위해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가?


이 책은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알아가야 할 것은 스스로 기준을 곱씹어 볼 수 있도록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전체글을 읽고 나면 나에게 어울리는 집이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그때 본격적으로 그리면 된다.






주말주택_ 나는 현실적으로 지을 준비가 됐을까?


1. 주말주택을 꿈꾸는 것과 현실은 다르다. (나는 관리인이 될 준비가 됐는가?)

많은 사람들이 주말주택을 꿈꾼다.

하지만 꿈에서 그려보지 않은 다른 부분들이 현실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주말주택을 갖는다는 것은 곧, 두 개의 집을 관리하는 일이다.

관리인이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문제는 그 관리인이 바로 나라는 점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다.


주중에 집안일을 하느라 지쳤는데, 주말에 쉬러 오는 집에서도 또 일이 반기고 있다면 가고 싶겠는가?

주말주택을 크게 짓는 것은, 스스로 내 등에 무거운 짐을 메는 것과 같다.

그래서 집은 내가 관리하기 편한 크기여야 한다.


아파트는 앞뒤면만 자연과 맞닿아있고 그것도 공중에 떠 있다. 마당이 없기 때문에 관리할 것도 없다.

하지만 주말주택은 집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마당도 관리해야 한다.

풀은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아주 잘 자란다.


우리가 주말주택을 원하는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던 마당과 자연과 가까운 집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고 캠핑처럼 일부러 즐거운 불편함을 경험하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즐거움 없이 불편함만 있다면 곤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즐거운 불편함만 남도록 만들어보아야 한다.


2.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

집은 사람의 신체에 비견할 수 있다.

집을 만들 때, 제일 마지막에 전기와 수도를 공급해서 모든 부분이 무사히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과정이 있다. 이 테스트를 하기 전까지, 집은 단순한 물체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는 순간 마치 사람에게 피가 흐르고 온기가 생기는 것처럼, 집도 생명을 얻는다.

그때부터 집은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강아지도 손길이 닿아야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듯, 집도 돌보고 관리해야만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집을 사랑한다면 집을 관리하는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집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도 이해해야 한다.


3. 공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집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공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아파트에서는 손볼 것이 거의 없고 그래서 굳이 기본공구조차 갖춰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전원생활에서는 무엇이든 직접 만들고 점검하고 손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직접 공구를 다룰 수 있으면 외부수돗가도 만들어볼 수 있고, 맡기지 않고도 나무선반을 벽에 직접 고정할 수 있고, 간단한 목공작업도 할 수 있다.

집과 내가 하나가 되는 방법은 그저 애틋하게 청소하고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아니다.

핸드폰을 아낀다고 케이스를 씌우면 겉은 깨끗하지만, 애착은 덜 간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만이 집을 잘 아끼는 방법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손이 닿고, 필요에 따라 고치고, 바꾸고, 새롭게 채워가면서 집은 점점 나에게 맞는 공간으로 변해간다. 하나씩 손보다 보면 자연스레 공구의 가짓수가 늘어가고 다루는 기술도 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웬만한 일은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해보는 것이다.



마무리

아파트 이외에 두 번째 공간을 꿈꾸는 이들에게 첫 장부터 이게 지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고민을 던졌다.

이런 고민을 던진 이유는 단순하다.

전원생활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이어야 후회를 덜하고, 오랫동안 즐겁게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과정이 설렘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공구를 다룰 줄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중에라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겠다는 마음만 가질 수 있다면 이 장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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