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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불편함을 즐길 용기

by 꼬부기

1. 주말주택을 원하는 이유

우리가 주말주택을 원하는 속마음은 무엇일까?

아파트는 편리하고 쾌적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굳이 주말주택을 찾고, 때로는 짓고 싶어 한다.

아파트는 인류의 발명품이라 불릴 만큼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파트가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


마당, 옆집 이웃 없는 한적함 같은 표면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단순히 공간의 차이를 넘어서는 더 깊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2. 주말주택의 본질: 리셋포인트

나는 매일 아침 강아지들과 산책을 한다.

처음에는 실외배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갔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강아지들이 노니는 동안 잠시 멍하니 서 있거나 짧은 명상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머릿속이 리셋되듯 비워지고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경험 이후, 산책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내게도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컴퓨터도 계속 켜두면 느려진다.

그럴 때는 한번 껐다가 다시 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같이 머리를 쓰면서도 정작 리셋할 기회 없이 살아간다.

그러니 지칠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도 나만의 리셋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복잡한 환경 속에서 그런 장소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런 장소를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와 내 가족만이 머무는 주말주택은 훌륭한 리셋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늘 살던 패턴에서 벗어나, 일부러 다르게 살아볼 수 있는 곳

그 점이 주말주택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3. 주말주택이 필요한 이유

우리는 왜 주말주택을 필요로 할까?

여행을 가면 되는데 굳이 내 집을 하나 더 마련하는 수고를 하면서 주말주택을 찾을까?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고 스마트폰만으로도 원하는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삶도 빠르게 흐르고, 우리는 그 파도 위에서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한다.

• 아침에는 출근 준비에 쫓기고

• 낮에는 일하느라 정신이 없고

• 밤이 되면 그제야 짧은 내 시간을 갖는다.


그 속에서 우린 정말 쉬고 있는 걸까?

진짜 쉼이란 단순히 일을 멈추는 게 아니라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속도를 늦추기가 쉽지 않다.

도시는 말 그대로 강하게 흐르는 물살 같아서 혼자서 천천히 가고 싶어도 그 속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말주택이 필요하다.

주말주택을 도시에 장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속도를 바꾸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주말주택에서는

• 도시에서 벗어나 다른 속도로 살아볼 수 있다.

• 불필요한 자극에 덜 노출되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 하고 싶은 일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단순히 장소만 바뀐다고 마치 스위치를 켜듯 모든 것이 변화하지 않는다.

주말주택이 도시의 집과 같다면, 결국 장소만 다를 뿐 삶의 방식은 그대로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와 다른 방식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의도된 불편함이다.





4. 불편함이 좋은 이유

우리는 편리함을 좋은 것, 지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불편함을 줄이고,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모든 것을 편하게 만들었더니 오히려 아무 감흥도 없는 순간들이 생겼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겠다고

그라인더, 커피머신 청소 붓까지 구입해서 사용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과정이 귀찮아서 결국 버튼 하나로 끝나는 캡슐커피로 바꿨다.

처음에는 그 간편함이 만족스러웠다.

평일에는 편리했다.

그런데 주말조차 아무런 루틴 없이, 멋대가리 없이 내려오는 커피를 보니

어느 순간 커피맛도 단조롭게 느껴졌다.

문득 다시 조금 성가신 커피머신이 그리워졌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있는데, 편리한 집은 모든 것을 당연하게 느끼게 만들어서,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말주택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말주택을 아파트의 축소판처럼 만든다면 결국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금은 주말주택 안에 미션이나 놀이활동처럼 적당한 불편함을 조금씩 넣어보고 있다.


a. 제한된 물 사용

너무도 앞선 시대에 방영되었던 '숲 속의 작은집'

박신혜가 머물던 주방은 항상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 집은 공급받는 전기, 수도, 가스 없이 살아가는 오프그리드 라이프를 실험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당연하게 전기와 물을 쓰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것이 제한된다면, 삶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까?


물을 아껴야 한다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수도를 한번 더 고민하게 된다.

제한된 장소에서 요리를 해야 한다면,

불필요한 재료를 줄이고 더 창의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이런 과정들을 유쾌하게 경험해 본다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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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작은 냉장고와 필요한 만큼의 음식

집이 크든 작든, 냉장고는 클수록 좋다는 인식이 당연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의식적으로 냉장고를 줄이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처음에는 신선한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하던 냉장고였지만,

점점 크기가 커지면서 오히려 신선함과는 거리가 먼 물건이 되어버렸다.

음식이 오래 보관될수록, 무엇이 들어있는지 잊어버리고, 결국 버려지는 식재료들도 많아진다.


일상에서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주말주택에서는 작은 냉장고를 두고,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방식을 경험해 보면 어떨까?

작은 냉장고를 사용하면


• 부피가 작아서 집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 냉장고가 작으니 상하지 않을 만큼 신중하게 음식을 준비해 가게 된다.

• 자연스럽게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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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주말주택에 불편함을 담는 법

주말주택은 도시와 다른 생활을 경험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어떻게 설계해야 의도된 불편함을 담을 수 있을까?

생활을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덜어내는 방법을 정리해 보자.


a. 작은 싱크대

→ 싱크대가 작으면, 설거지할 그릇을 많이 쌓아둘 수 없다.

→ 꼭 필요한 식기만 사용하게 되어 심플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b. 작은 냉장고

→ 내용물이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 자연스레 신선한 음식만 먹을 수 있다.


c. 전기레인지 대신 가스버너

→ 전기레인지를 빌트인 하지 않으면 싱크대를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 캠핑용 버너를 사용하면 요리하는 과정자체가 더 흥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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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인터넷 라인 생략

→ 요즘은 핸드폰 테더링만으로도 충분하다.

→ 주말주택에서 매일 인터넷을 사용할 일이 없다면 굳이 처음부터 인터넷 신청할 필요가 없다.

→ 인터넷 증설이 필요하다면 집 외부에 usim과 무선공유기, cctv를 결합해서 유선공사를 생략할 수 있다.



6. 정리_ 주말주택은 어떤 공간 이어야 할까?

주말주택은 단순한 작은집이 아니다.

그곳은 삶의 방식을 다르게 보고,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공간이다.


✓ 주말주택이 필요한 이유는 삶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이다.

✓ 편리함보다 일부러 불편함을 선택하는 것이 주말주택을 위미 있게 한다.

✓ 작은 싱크대, 작은 냉장고, 가스버너, 인터넷 없는 환경 등

→ 적절한 불편함을 통해 생활을 단순화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늘 빠르게 움직이고, 소음과 자극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그 흐름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주말주택에서는 내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주말주택은 단순히 아파트 축소판이 아니라

나의 속도를 재정비하고, 삶의 방식을 다시 고민해 볼 기회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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