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막 깨어난 아침,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기지개를 켜기 전에 음악을 먼저 틀고, 떴던 눈을 다시 감는다. 어떤 날은 침대에 그대로 누워서, 어떤 날은 아래층 거실로 내려가 앉아서 음악을 틀고 눈을 감는다.
어떤 날은 기차 안에서, 낯 선 여행지의 어느 방에서 이런 아침을 맡기도 한다.
비몽사몽 간에 시작하는 아침 명상은 지난밤 꿈이 들려주었던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살아나게 한다.
꿈은 무의식이 나에게 건네는 말, 내 삶의 어떤 순간이든 길잡이가 되어주는 조언자이자 친구가 바로 꿈이다.
아침 명상으로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꿈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오늘 하루 내가 새겨야 할 메시지를 적는 것으로 나만의 작은 리츄얼을 마친다.
이곳에 나의 밤과 아침을 잇는 명상, 매일 아침 나만의 작은 리츄얼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골드 컬러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골드 파장의 피아노곡을 틀고 배꼽까지 숨이 가도록 길에 숨을 쉬며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무언가 헷갈리고 혼란스러울 때, 딱 결정을 내리기가 망설여질 때 배꼽에게 물어보면 배꼽이 대답한다.
이 명상에 이름을 붙인다면 '골드 명상!'
영국의 컬러테라피 시스템인 Aura-Soma에서는 배꼽 바로 윗부분에 지혜를 저장해놓은 보물상자가 있다고 한다. 이곳의 이름은 인카네이셔널 스타(Incarnational star)이다. 우리가 이곳에 귀를 기울이면 지혜로운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보물상자의 자물쇠만 풀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그 안에서 지혜를 꺼내 쓸 수가 있는 것이다. 자물쇠를 푸는 기술, 그것이 바로 골드 명상이다.
그 날은 Aura-Soma Level 2에 참여하던 날이었다. 서울행 KTX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골드 음악을 틀기 전 수첩을 꺼내 질문을 적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공황장애로 질병 휴직을 한 지 1년, 이제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 그곳에서 도망가고 있었다.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을 떼려 치고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강릉에서 서울을 왕복하며 컬러테라피를 배우고 있는 내가 영 불안했다. 그만두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 지 몇 년 째인데 드디어 그렇게 하기로 결심을 하자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켜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골드에게 물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골드 음악은 나를 1년 전 꿈으로 데리고 갔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 몇 달 전에 꾼 꿈이었다.
감옥이었다. 나는 감옥을 탈출하는 중이었다. 내 옆에는 꿈속의 남편도 있었다. 나만 나갈 수 없어 감옥의 모든 문을 열어 그곳에 있는 이들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다. 어느 칸에 소녀가 있었다. 누더기에 깡 마른 여자 아이. 그 아이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옆 칸의 아기만 데리고 가라며 함께 나가기를 거부했다. 옆 칸을 보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아기가 있었다. 나는 아기를 끌어안았다. '여기에 있으면 이 아기는 곧 죽겠구나.'
창밖을 뛰어내려야 했다. 남편이 나 먼저 가라고 한다. 나는 아기를 꼭 안고 뛰어내렸다. 기차를 타러 가는데 남편이 오질 않는다. 다시 남편을 데리러 감옥으로 갔다. 탈출해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그는 떠나지 않겠다고, 함께 남자고 한다. 나는 결국 다시 그곳에 남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정집 같았지만 그곳은 분명 감옥이었다. 아침 조찬 모임에 참석한 내가 보였다. 90살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나, 내 몸조차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늙어버린 내가 그곳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꿈에 나온 남편은 나의 아니무스, 그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듯 보이는 논리로 나를 설득한다.
"이곳은 감옥이 아니야. 네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거야. 잘 봐. 얼마나 평화로운 곳인지."
실은 내가 나를 설득하는 말.
하지만 그곳에 머무르기를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꿈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내 몸 조차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나, 그 안에서 여전히 탈출을 꿈꾸지만 이젠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내 모습을 통해.
골드의 이 리얼한 대답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뭐 이렇게까지 무섭게 보여주냐? 알았어~ 알았다고!'
정돈된 삶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규칙적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며, 매 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일상을 꾸려가는 너무나 안정적인 그 삶 속에서 난 나의 말에 귀 닫아 버리고 있었다.
내가 나에게 하던 말, "모든 시간을 살고 싶어."
내가 나에게 했던 대답, "그건 꿈이야. 불가능해."
지금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Aura-Soma 프랙티셔너이자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나만의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시간을 살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두렵고 불안하지만, 그것이 나를 삼켜버릴 수는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두려움이나 불안이 찾아오면 익숙한 친구처럼 그냥 마주 앉아 안부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