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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Nov 14. 2022

요가를 시작했다

내 몸인데 내 맘대로 움직이지가 않네.

  이제 정말 운동을 제대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했었다. 지인들을 만나면, 그들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숨쉬기와 걷기만 하는 나에게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은 꼭 꾸준히 하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우연히 지자체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저녁 요가반도 있었다.


  사실 십여 년 전쯤에 요가를 끊고 몇 회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깨달은 것은, 요가는 나와는 안 맞는 운동이라는 것. 따라하기 어려운 동작을 끙끙대며 버겁게 하다가 수업 횟수를 거의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었다. 요가에 대한 실패감이 있었지만, 왠지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에 신청했다. 예전에는 재미없게 봤던 영화나 책이 한참 후에 나이들어 다시 보니 공감가고, 엄청 재미를 느껴 진작에 왜 이것을 몰랐던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 않은가.


  우리 클래스는 스무 명 정원인데 매번 나오는 사람은 열 여섯명 정도. 그 중에는 몇년 이상 요가를 해서 거의 강사 수준인 사람도 몇 명 있었고, 내 눈에는 반 이상은 수준급이었다. 요가가 처음인 사람은 서너 명 가량, 그 중에 나는 왕초짜.

  하필이면 남아 있는 매트가 강사 맨 앞 자리여서 첫날 수업부터 맨 앞에서 엉거주춤 어설프게 따라하는 내 모습이 다른 회원이나 강사에게 제대로 눈도장이 찍혔다. 동작을 하면서 슬쩍 다른 사람을 둘러보면, 초짜여도 나보다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사님이 동작을 설명할 때 1단계부터 3단계까지로 알려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단계까지만 따라하라고 했다. 무리하다 다칠 수 있으니 절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몸에 맞게 하라고 계속 당부했다. 그 말에 힘입어 나는 당당하게 대부분의 동작을 1단계에서 마무리했다.


 누가봐도 나는 눈에 띄는 요가 부진아 수강생.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앉아서 다리를 접고 허리를 숙였을 때 수그러지지 않았고, 빈야사 동작을 할 때마다 숨을 헐떡였다. 그럼에도 개의치않고 지금까지 한 달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참여했고,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만큼 따라했다. 처음보다 점점 몸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넓어지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말이다.


  지난 주에는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다쳤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오후부터 꼬리뼈가 아파와서 저녁 요가 수업에 갔을 때는 앉을 때마다 통증이 찌릿하게 느껴졌다. 앉아서 하는 대부분의 동작은 따라할 수가 없었다. 꼬리뼈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그렇게 컸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통증을 참아가며 겨우겨우 참여하는 내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는지, 강사님은 힘들면 그냥 누워서 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강사가 중간중간 내 상태를 보며 특별 지시를 하는 바람에 또다시 수강생들의 시선이 자주 나에게로 머물렀다. 집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꼬리뼈가 심하게 아픈 건 아니어서 빠지지 말고 운동하러 왔다가 괜히 다른 수강생들에게 또다시 각인이 되었다.


  지난 주 요가 수업에 다른 일이 있어서 십여 분쯤 늦게 들어갔다. 늘 내가 앉던 매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어서 처음으로 뒷쪽에 앉게 되었다. 한참 요가를 하다보니 내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어딘가 눈에 익었다.

  '어, 혹시...?'

  대 놓고 확인할 수는 없고, 동작이 바뀔 때 곁눈질로 살짝살짝 봤는데, 평상시와 다른 요가복 차림이었기에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는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한 시간 반 수업이 끝나고 출석체크를 하면서 출석부에 명단을 유심히 살펴보니, 내 예상이 맞았다.


  다음 날, 출근해서 우연히 계단에서 요가 수업 출석부에서 확인한 이름의 선생님을 마주쳤다. 같은 학년도, 같은 교무실도 아니기에 얼굴 정도만 알고, 몇 마디 나눠본 게 전부일뿐인 동료 P선생님이었다. 서로 인사하며 스치듯 지나가다가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선생님, 혹시 요가 수업 들으시나요, 혹시 어제 저 보셨어요?"

  "아... 네...."

  P 선생님은 굉장히 난감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선생님, 맞으셨군요. 저는 그동안 선생님인지 전혀 몰랐어요. 어제 옆자리에서 얼핏 보고 긴가민가 하다가 출석부 보고 알았네요."

내 말에, 그 선생님은 자신이 더 민망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 전 선생님이 민망해하실까봐 아는 척 안 했어요."


 갑자기 내가 무언가 은밀한 잘못을 하다 들킨 것처럼 부끄러워졌다. 괜히 먼저 말을 꺼냈나, 그냥 모른척 할 걸, 후회마저 되었다.  

  요가반에서 내가 가장 못 따라하는 부진아 수강생인 건 알았지만, 그게 그렇게 창피하지는 않았었다. 첫 수업이 끝나고, 강사님은 나에게 말했다.

  "동작을 처음 한 사람과 천 번 움직인 사람의 몸 상태가 같을 수는 없어요. 남들이 다 한다고 절대 무리해서 따라하지 말고, 자기 속도와 몸에 맞게 하면 돼요."

  강사의 말에 힘을 얻어 남들만큼 못 따라해도 그다지 개의치 않았었다. 이제는 요가 수업에서 뒤를 더 의식하게 될 것 같다. 에잇, 나도 내 맘대로 내 몸을 움직이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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