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취향 일기 19화

커피 대신 찾아 헤매는 맛, 고소함

by 제이미

나한테 고소함의 대표 음료는 카페라테였다. 그런데 커피를 끊고 나니 라테를 사 마시는 재미가 없어졌다. 카페에 갈 일도 확 줄어들고 사는 재미마저 없어질 지경이다. 카페에 가서 라테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그 분위기와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못 마시니 상상도 하기 싫다.


고소함을 대체할 음료는 어디에 있는가. 커피 하나 끊었을 뿐인데 고소함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카페인 금단 현상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첫 2주 정도는 몽롱하고 몸에 이상이 있나 할 정도로 피곤하다. 그러다 한 달이 다 돼 갈 때쯤 그 대체음료를 미친 듯이 찾는다. 일단 지금 정착한 음료는 ORZO오르조라는 보리차가루이다. 보리차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 색이 된다. 향까지 커피 향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맛과 향은 진한 보리차다.

그다음으로는 커피로 인해 오랫동안 잊혔던 한국의 맛 미숫가루다. 여름에 차가운 우유에 설탕이나 꿀을 넣어 마시던 추억의 미숫가루를 타기 귀찮다는 이유로 멀리 했었다. 몇 년 전에 빽다방에서 한번 사 마셔보고 너무 달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커피를 안 마시니 미숫가루도 꾸역꾸역 타 마시게 된다. 요새는 카페에 저당 미숫가루도 팔고 팥라테, 바나나라테 등 여러 음료가 있어 도장 깨기 식으로 하나씩 마셔볼까 한다. 모두 커피 때문에 등한시되었던 음료다.


나는 커피나 술을 마시지 않고 창의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술은 많이 마시지 않지만 커피는 매일 마셨기 때문에 이런 의문까지 생겼다. 검색을 해보니 커피는 창의력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카페인으로 인해 집중력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창작의 동반자 ‘커피’ 한 잔, 정말 창의력 높일까) 위가 안 좋아서 커피를 끊고 빵을 좀 덜 먹은 것뿐인데도 신기하게 살이 빠졌다. 커피를 끊고 밀가루음식만 줄여도 한 달안에 2~3킬로는 금세 뺄 수 있다. 본의 아니게 살은 빠졌지만 커피는 두고두고 생각나고 계속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맛 취향은 바뀌지 않으니 고소함을 향한 집착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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