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시아버지는 그의 둘째 아들이 살고 있는 브라질에 놀러 가셨다가 돌아가셨다. 지병이 있으셨고 코로나에 걸렸다 겨우 나으셨는데 무리해서 여행 계획을 잡으셨다. 첫째 아들(남편)은 한국에 있고 여름에 봤으니 이번이 마지막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하시고 시어머니와 함께 캐나다에서 브라질로 가셨는데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셔서 결국 그곳에서 눈을 감으셨다.
몸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아시면서도 아들 곁으로 가고 싶으셨던 걸까. 불행 중 다행으로 남편이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에서 브라질로 떠났고 의식이 있으실 때 도착해서 시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그 후 병원에서 화장절차를 밟았고 한 달 만에 캐나다로 남편이 유골함을 배낭가방에 모시고 가게 되었다.
시아버지의 유골함
이 유골함은 8개월 동안 자택에 모시고 있었고 시아버지의 유언대로 수목장을 하기 위해 따뜻하고 화창한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무교이시기 때문에 특별한 장례 절차 없이 여름에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가서 머무는 동안 수목장을 하고 집에 지인들을 초대해 추모모임을 가졌다.
시아버지가 오랫동안 회원으로 계셨던 골프클럽에 있는 나무에 뿌려달라고 하셔서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캐나다에서는 그렇게 많이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처럼 수목장 하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워낙 자연이 넓게 펼쳐진 곳이니 자주 다니시던 곳이나 애착이 가는 곳에 유골을 나눠서 뿌리기도 한다.
골프 클럽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고 미리 예약을 하면 묘목을 준비해서 유골을 뿌리고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되어있다. 이렇게 시아버지는 무궁화가 되셨다. 저 보라색 무궁화가 어찌나 이뻐 보이던지 가까이 살았으면 자주 찾아갈 텐데 캐나다를 떠나오면서 참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2023년 10월을 맞이하며 갑자기 든 생각이 이제 남편은 아버지가 안 계시고 나는 아버지가 있는데 부모님이 이혼하신 이후로 어떻게 살고 계신지 모르는 상태. 그러니까 어쨌든 둘 다 아버지를 앞으로 못 보는 신세라는 것을 새삼 알아차렸다. 세월은 어떻게 가는 건지 이렇게 되새기지 않으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추석에 이 글을 쓰길 잘했다. 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시아버지의 무궁화나무 사진을 보며 나에게도 아주 멋진 시아버지가 계셨었다고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