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3일차
내 여행의 테마는 언제나 음식이었다.
먹으러 떠났고, 여행지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은
대부분 음식과 연관되어 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백싸부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번 교토 여행에서만큼은 그와 정반대이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당뇨에 대한 걱정이 생겼고, 소화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하루 종일 소화가 안 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잠깐은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그 뒤에는 긴 후유증이 남는다. 속이 더부룩하고 혈당 수치는 치솟고, 체중계 숫자는 무서운 속도로 올라간다. 그에 반해 잘 쉬면, 돌아가야 할 일상에서 더 큰 힘을 얻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거나 “여기까지 왔으니 먹어야지”라는 핑계나 합리화보다, 조금 더 잘 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살아야, 언제든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 테니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장면은 새로 산 러닝화를 신고 가모 강변을 달린 순간이 될 것 같다.
낯선 도시에서 시원한 저녁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순간에 집중했다. 과거였다면 음식을 통해 얻던 즐거움을 이번에는 달리기와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얻은 것이다.
낯선 도시의 공기를 마시며 느낀 자유로움과 활력은 아마 쉬이 잊지 못할 듯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여행은 이런 스타일로 바뀌길 바란다. 더 잘 쉬고, 더 잘 돌아갈 수 있는 여행.
나를 채우는 방법이 음식만이 아닌,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더 건강한 방식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