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EAT-피소드 01화

얼어 죽어도 얼음

냉동고 33%는 얼음에게 주어졌습니다.

by 크리잇터

제게 꼭 필요한 식재료를 꼽으라고 한다면...

파, 다진 마늘, 냉동 순대국, 두부 같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 제게 0순위 식재료는 "얼음"입니다.

얼음이 없는 삶은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4계절 내내요.


매일 아침 마시는 아이스 커피에는 얼음이 8개 정도 들어가고,

하루에 335ml 마시는 제로콜라 2캔에도 얼음이 5-6개씩 들어가지요.


커피는 좀 뜨겁게 마시면 되는 거고, 콜라야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마시니

괜찮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NOPE! EVER!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때려 죽어도 아이스 커피를 고집하고,

콜라는 얼음잔에 따라 마셔야 제 맛이지요

커피와 콜라는 More iced, More better입니다.

그래서 항상 냉동고에는 얼음이 준비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냉동고는 3칸의 직사각형 서랍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맨 위와 맨 아래 칸은 순대국이며 돈까스, 고등어 같은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중간 칸에는 오로지 얼음만 존재합니다.

굳이 얼음 트레이를 꺼내지 않고 가장 편하게 물을 부을 수 있는 위치입니다. 물론, 얼음을 꺼내기도 편리하죠.


얼음을 얻기 위해서는 꽤 부지런해야 합니다.

하루에도 많은 양의 얼음이 나가기 때문에 수시로 얼음을 얼려놓아야 합니다.

특히 자기 전에 얼음 트레이에 생수를 가득 부어 넣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자려고 누웠다가 얼음이 없다는 게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기도 하죠. 차라리 그게 낫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얼음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풀무원 돌얼음을 사러 1층 편의점에 가야 하니까요.


1년 전 한겨울 아침, 얼음을 얼려놓지 않은 전날 밤을 후회하며 아침 8시에 편의점에 내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핫 커피는 못 마시겠으니까)

핑크색 패키지에 들어있는 풀무원 돌얼음 한 봉지를 사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데,

어떤 여성분도 저와 똑같이 얼음 한 봉지를 들고 서있더군요. 저와 같은 홈웨어 차림으로요.

‘저 분도 얼음 없이는 커피를 못 마시는 분일까? 이 아침부터…’

참 차가우면서 반가운 우연이었습니다.


유독 어렸을 때부터 아침잠이 많고, 밤에 자기 싫어하는 올빼미형 아이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침부터 얼음 가득 커피 한 잔 없이는 잠이 잘 깨지 않습니다.

콜라도 광고 씨즐처럼 얼음에 가득 부어놓고 먹지 않으면

괜시리 밍밍한 맛이 나는 것 같아 얼마 마시지도 못하죠.


그래서 커피는 한 겨울에도 아이스만 고집하며, 식당에서도 콜라와 함께 얼음을 주문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까탈스러운 고집처럼 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꽝꽝 언 얼음 가득 담은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만들고

책상 앞에 앉을 때 비로소 뇌에 ON 스위치가 켜지고,

집밥을 든든하게 먹고서 얼음잔에 콜라를

거품 가득 따랐을 때 비로소 소화가 시작되는 느낌이니까요.


얼음은 어떤 것보다 제 몸과 마음을 녹여줄 그런 소중한 "식재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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