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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잇터 Jul 03. 2024

초밥의 평화

초밥 10pc로 찾은 이너피스

초밥도 참 좋아합니다. 초밥을 좋아해서 5개월간 초밥집에서 알바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불행히도 초밥이 알바생 식사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끔 실장님이 몰래 쥐어주는 초밥이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초밥은 쉽게 질리기도 힘든 음식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에 살짝 간이 되어 있고, 그 위에 신선한 회를 올려 먹는 음식이니까요.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해보입니다. 하얀 탄수화물 위에 신선한 단백질과 녹진한 지방을 올려 먹으니까요.구성도 다양합니다. 연어,참치,광어,계란,장어...질릴 틈이 없죠.


2016년 신입생 시절, 저는 같은 학교 다른 학과였던 친구와 연애를 했습니다.  

1년간 아주 불같은 연애를 했습니다. 늘 붙어 다녔고, 어디든 함께 다녔죠.

하지만 1주년 기념일이 얼마 안 남았던 날, 그 친구가 같은 학과 남자 선배랑 손 잡고 올라오는 걸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불 같은 연애, 마지막에 저는 그 불에 크게 데이고 말았습니다. 

이별의 아픔에 음식이 입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초코우유나 콜라로 당을 섭취했습니다. 

그렇게 달달한 것만 먹어도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니 2주일 새 살이 7kg가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 제가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 음식이 초밥이었습니다. 

집 앞에 저희 가족이 자주 가는 초밥 단골집이 하나 있습니다. 

밥도 못 먹고 끙끙 앓는 아들이 신경 쓰여서 그랬을까요

아버지는 퇴근 때마다 초밥, 그것도 스페셜로 한 세트 사와서 제 책상에 놓고 가셨습니다.

아마 아버지 딴에는 그게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셨나봅니다.


밥은 못 먹어도 '초밥'은 먹는 걸 보시더니 제가 기운 차릴 때까지 초밥을 매일 사오셨습니다.

그것도 일반 초밥이 아닌, 한 세트에 거의 3만원 가까이 되는 스페셜 세트였습니다. 

가끔은 냉소바가 딸려오기도 하고, 미니 우동이 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매일 초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기운을 차렸습니다. 실연의 아픔에 앓아 누웠는데 마치 배가 고파 누워 있던 아이처럼 무언가를 먹고 나니 자연스레 힘이 났습니다. 


왜 초밥이었을까요. 왜 다른 것은 안 넘어가고 초밥만이 넘어갔을까요. 

뜨겁게 데인 마음에 차갑게 먹을 수 있는 밥이라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아버지의 무심하지만 따뜻한 마음 덕분이었을까요. 


뭐가 어찌 됐든 저는 그 초밥들을 먹고 힘든 순간을 이겨냈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니 힘든 순간은 필연적으로 불쑥 찾아옵니다. 어차피 힘들 거 조금 덜 힘들고 싶다면 잘 먹어야 합니다. 잘 먹어야 기운을 차리고 기운을 차리면 그 힘듬이 별 거 아니라는 거, 일 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겪는 감기 같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죠. 


잘 먹고 잘 살다보면 흉터는 남을지 언정 상처는 다 아물고 지나갑니다. 

그러니 우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일단 잘 먹어봅시다.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입맛이 없다면 

초밥 한 세트를 드셔보세요. 그리고 잘 살아가보는 겁니다! 화이팅!




지금도 어느 힘든 순간을 버텨내고 계실 분을 위해, 초밥 맛집 2군데 올려놓고 갑니다. 

*왕십리 스시도쿠 (왕십리역 7번출구 나오면 바로 아래에 있어요)
*갓덴스시 롯데월드몰점(5층 끝자락에 있어요)

식사 시간에 맞춰가면 웨이팅을 각오해야 하는 곳이지만, 힘든 날을 버티게 해 줄 맛이라고 자부합니다 

다들 잘 먹고 잘 사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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