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지난 5월 20일(현지 시간)을 기점으로 조건 없는 휴전에 합의했다. 양 국가 간에 본격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한 지 11일 만이었고, 이는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스라엘 경찰의 반이스라엘 시위 강경 진압으로 촉발된 이번 분쟁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의 선제 포격과 함께 시작됐다. 이에 맞선 이스라엘 역시 보복 공습을 수차례 감행했다. 충돌이 지속되는 동안 사망자는 가자지구의 어린아이 65명을 포함, 총 244명(가자지구 232명, 이스라엘 12명)으로 늘어났다. 양측은 이집트 등 여러 나라의 중재 아래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파괴된 도시와 사망자 외에도 국제 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남아있었다.
먼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중적 태도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 “힘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 세계를 이끌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전 내각과의 차이를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을 비판하고 러시아의 야당 지도자 석방을 촉구하는 등 국제 사회의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하지만 이번 이-팔 분쟁을 두고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는데,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만을 두둔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인권 문제 개입이 여전히 ‘자국의 이익’이라는 선택적 정의에 따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어 반유대주의다. 유대인은 과거 2차세계대전 당시 반유대주의 아래, 홀로코스트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 이러한 유대 민족의 역사적 특수성은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유대인과 관련한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주저하게 했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가 프랑스와 영국에서 벌어졌지만, 각 정부는 반유대주의 확산을 우려해 시위를 조기에 막았다. 그 와중에 영국에서는 유대인들에게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반유대주의 시위가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반유대주의와 ‘자위권’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민간인 폭격에 대한 비판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또한 이것이 반유대주의와 시온주의를 포함한 그 어떤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섞여 지금도 소리 없는 포격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모두 각자의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특히 가자지구 주민들이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 모여 “승리했다”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은 어쩐지 쓸쓸하기까지 하다. 지금은 휴전으로 마무리가 됐지만 여전히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또 다른 폭력과 희생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우리의 섬세한 시각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