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의 딥디졸브
《가을의 각오》
나를 가을에게 넘기는 여름은
포악한 더위와 사나운 비를 뿌렸던 여름은
뭐가 밟히는지 뭐가 아쉬운지
똑부러지지 않고 디졸브로
그것도 딥디졸브로 멀어져간다
녀석은 아침 저녁을 먼저 양보하는데
바통 받는 가을도 서두르지 않는다
해질녘의 윤슬이 길어지듯
해 뜨는 아침 그림자 늘어지듯
살며시 살갗에 퍼지는 청명한 신호
가을은 제 계절인 걸 직감하고
다이어리 빈 칸에 다짐을 채운다
이번에는 더 상냥해야지
저번보다 더 성실해야지
여름이 할퀸 상처 아물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