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자 만나서 동거노인 해요. 추레하게 늙지 말고.”
“썸네일 뽑는다는 말, 너무 잔인하지 않아요?”
편집을 하다가 내가 기지개를 켜자 승아가 말을 건넸다. 스토커 때문에 서먹서먹해진 관계는 몇 달 동안 소강상태로 이어졌다. 찬 바람이 불자 나와 승아의 관계는 다시 따뜻해진 느낌이었다.
“썸네일은 엄지손톱이잖아요. 그걸 뽑으면 얼마나 아프겠어요? 히힛.”
농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실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참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 농담에 스스로 웃는 승아의 모습이 귀여웠다.
“하하, 그러네. 디자이너가 뽑은 손지향 간호사 썸네일 받았나?”
“아직요. 손 간호사는 손톱이 뽑히면 자기 병원에 가서 치료받겠죠?”
스님과 불자 사이의 선문답도 아니고 참…….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농담이 즐거웠다.
“편집은 거의 다 돼 감. 오전 중으로 뽑힌 엄지손톱 보내줘.”
“네. 파란 이빨을 연결해서 쥐를 만져야 완성됩니다.”
웃음을 참으며 주작이 또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뭐라고?”
“블루투스를 연결하고 마우스로 작업을 해야 한다고요. 왜 IT 용어는 이렇게 엉뚱한지 몰라.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 이름도 인문학적이지 않아요? 하는 일과는 다르게.”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구글은 10의 100 제곱인 구골을 잘못 쓰는 바람에 정해진 이름이라고 한다. 애플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과일을 좋아해서 생겼다고. 일관된 삶을 살라고 앞뒤가 똑같은 이름을 얻은 공근운이 생각났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이름 짓는다는 마음은 기대와 축복에서 비롯되겠지만 족쇄나 한계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불킥 스트리밍은 어때? 힘들지는 않아?”
원해서 시작했다고 해도 루틴이 되면 지겨워지는 법이다. 주작이 힘들다면 언제든 멈춰도 된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할 만해요. 재미있기도 하고. 토요일 오전에 내가 뭘 하겠어요? 요즘처럼 단풍이 좋아도 같이 놀러 갈 인간이 있나, 그냥 여러 사람들한테 이불킥 친구가 되는 게 그나마 뿌듯하게 시간 보내는 거죠.”
승아가 미소와 한숨을 동시에 드러내며 말했다.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단풍을 보러 가자고 말해야 할까? 역시 마음을 읽는 일은 어렵다.
경찰이 우리 사무실에 온 것은 손지향 간호사와 박민아 의원이 같이 출연한 콘텐츠를 올린 다음 날이었다. 영상은 조회수 52만으로 평타였지만 댓글이 유독 많았다. 민감한 주제에 논란이 많은 출연자들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형사 두 명이 사복을 입은 채로 현관에 서 있었다. 한 사람은 큰 키에 말랐고, 다른 형사는 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여서 약간 우스꽝스러운 조합이었다. 코미디언 듀오 같은 첫인상이었다. 그래서인지 경찰 신분증을 봤는데도 위압감이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시겠지만 업무방해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고요, 정지강 씨는 참고인 신분입니다. 잠깐 협조 가능하실까요?”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일하던 주승아 작가와 다른 직원들이 신경 쓰여 곤란한 표정을 지었던 모양이다. 촬영 전 검찰 수사가 진행된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에 올 것이 왔다 싶은 마음이었지만 나쁜 영향은 최소화해야 했다. 눈치를 챘는지 형사들은 들어오겠다는 말 대신 나를 불러냈다.
“아래층에 카페가 있던데 괜찮으시면 30분 정도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나는 형사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자리로 돌아와 신발을 갈아 신고 외투를 걸쳤다. 의문과 걱정이 비치는 승아의 눈길이 느껴졌다.
1층 카페에서 나는 뱅쇼를 시켰다. 키다리 형사는 레몬티를, 작은 쪽은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다. 사겠다고 우기는 형사들을 물리치고 내가 계산했다. 피의자든 목격자든 참고인이든 경찰의 수사에 연루된 건 처음이었다. 대학 시절 취객과 시비가 붙었던 친구를 도우러 지구대에 가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예고 없이 찾아온 형사들 앞에서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박민아 의원과 손지향 간호사를 출연시키기로 결정한 순간 각오했기 때문이었다.
형사들이 묻는 질문은 주로 박 의원에 대한 것이었다. 녹화 때 그녀가 했던 말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특히 편집하면서 걷어낸 다른 발언이 없었는지를 추궁했다. 내가 조심스러워하자 큰 형사가 비공식적인 진술이므로 부담 갖지 말라고 말했다. 곧바로 작은 형사도 덧붙였다.
“피디님이 어떤 진술을 하셔도 입증 책임은 저희한테 있고 크로스체크를 하기 때문에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들은 손님의 마음이 바뀔까 봐 노심초사하는 장사꾼 같았다. 경찰의 방문을 예상은 했지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마음도 들었다. 여러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생긴 굳은살이라고 해야 하나?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도 몰랐다. 성장이 끝나 안정궤도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내게 절실한 마음 따위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꼭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게 들지 않아 나 스스로도 놀랐다. 어쩌면 채널 성공 이후의 뭔가 다른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녹화 때도 손지향 간호사는 철없어 보였다. 반면에 박 의원은 정치인답게 능수능란했다. 공익제보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우리 사회를 개혁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강조했다. 의료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 그녀는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경찰의 주장은 정치적 탄압이며 모든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자기가 내년에 출마하려는 지역구의 경쟁자가 권력 핵심부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약사였던 그녀는 4년 전 정계에 입문했다. 고상한 외모와 똑 부러지는 말솜씨로 종편 TV 방송에서 10년 동안 인지도를 쌓은 덕분이었다. 국민 건강 지킴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한 정당에서 비례대표로 나섰다. 13번이라는 이른 순번을 받았기 때문에 당선은 무난했다. 이후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면서 의료법 개정과 의료수가 개정, 신약 승인 절차 간소화 등을 주도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방역과 백신 도입 등에도 깊이 관여했다.
아무리 전문성을 내세워 의정활동을 잘했어도 선거법상 연달아 비례 배지는 불가능하다. 그녀는 일찌감치 경기도 부천을 재선 도전 지역구로 삼았다. 2년 차에 사무실을 내고 틈나는 대로 시민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제약회사와 병원 간의 리베이트 카르텔 문제는 박민아 의원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는 용감한 모습에 유권자는 감탄하게 된다. 그녀는 우리 채널의 영향력을 이용하고 싶었던 거였다.
“혹시 옐로카드 재단에 대한 얘기는 없었나요? 손 간호사든, 박민아 의원이든.”
작은 형사가 물었다.
“글쎄요, 저희 콘텐츠 보셨겠지만 B병원의 사주에 대해서는 두 분 모두 부인하셨고, 옐로카드 재단은 손 간호사를 돕고 있는 시민단체라 고마워하는 정도였습니다. 박 의원은 재단에 대해 잘 모르는 듯했고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질문을 했다. 특히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 오간 박 의원과 손 간호사 사이의 대화를 알아내려고 질문했다. 내게서 유용한 정보가 나오지 않아서인지 답답한 투로 나를 다그치기도 했다.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인 걸 알면서도 왜 출연시키셨죠?”
“저희 채널 게스트들은 다 그래요.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죠. 피의자라고 해서 유튜브에 나오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나는 강하게 나갔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정지강 씨와 피의자들 사이에 어떤 네트워크가 있나 싶어서요.”
“아니, 형사님. 제가 피의자입니까? 참고인이라면서 왜 취조하듯 물으시는 거죠? 이 자리에 제 변호사라도 불러야 합니까?”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내가 말했다. 형사들은 맥이 빠졌는지 눈을 내리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박민아 의원 혐의가 뭐라고요? 정치자금법을 위반요?”
내가 되묻자 형사들은 곤란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강요할 수는 없지만 피디님께서도 박 의원 본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오늘 일은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연자로 한 번 만났을 뿐이라 저하고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데 두 사람 혐의가 드러나면 처벌은 어느 수준입니까? 실형을 받을 수도 있나요?”
궁금한 것을 내가 자꾸 묻자 형사들의 얼굴에 짜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얻은 정보는 없고 오히려 귀찮게 되고 말았다고 느끼는 듯했다. 서로 곤란한 표정을 교환하더니 키 큰 형사가 말했다.
“손 간호사는 A병원으로부터 민형사 모두 고소된 상태입니다. 업무방해로요. 아무튼 바쁘신데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형사들은 더 얻을 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서둘러 일어섰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들을 배웅했다. 닫히는 문 틈으로 보이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웃음을 참아야 했다. 25센티미터 이상의 키 차이였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요소들을 함께 두면 극단적으로 웃기거나 극단적으로 슬퍼진다. 서수남과 하청일, 장소팔과 고춘자, 구봉서와 배삼룡이 우리를 울고 웃긴 역사가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두 가족의 대비는 관객을 복잡한 심경으로 이끈다.
키 큰 형사와 작은 형사를 보내면서 나는 우리 채널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유명세를 얻고 싶은 쪽, 구설수는 피하고 쪽의 양 극단이다. 그러면서 한 몸이고 동전의 양면이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동전을 반으로 쪼개 양쪽을 함께 보여주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쪼개진 동전의 두 면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양가감정이었을 것이다. 욕하면서 마음을 주고, 환호하다가 야유를 보내고, 사랑하면서 미워하는 마음은 모든 인간의 타고난 본성 아닐까?
“잊힌다는 건 죽음과도 같은 수준의 공포야. 특히 한번 이름이 알려진 나 같은 사람들한테는 더 그렇지.”
언젠가 공운이 이런 말을 했다.
“맞아요. 포모 증후군도 있잖아요. 인간은 협력하는 힘으로 세상을 정복했지만 바로 그 이유로 무리에서 소외되면 죽게 된다는 공포도 얻게 됐죠.”
승아가 해석을 덧붙였다.
“형님 같은 연예인이나 표를 얻어야 되는 정치인들은 생존 문제까지는 아니지 않나요? 내 이름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권력욕에 가까워 보이는데…….”
인기가 떨어졌다고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까지 하는 유명인들에 대해 비판적인 내가 반론을 제기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맞는 말이야. 그런데 유명인들에게 그 생존 욕구와 권력 욕구는 동전의 양면이란 말이지. 뗄 수가 없어. 베팅을 많이 한 겜블러랑 비슷해. 작은 성취에 만족이 안 되는 거지. 그냥저냥 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큰 인기를 실감해 본 적 없는 사람들 얘기야.”
공운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듯 말했다.
“형님은 큰 인기도 누려봤고 겜블링에서 크게 베팅도 해 보셨으니 이해하시겠네요. 그런데도 포모 증후군에 시달리시는 것 같지는 않은데. 비결이 뭐죠?”
“시달렸지. 나도 허무했고 무상했지. 인기가 시들해진 톱스타들이 마약을 하는 이유가 그거야. 나는 도박에 빠졌었고. 시간이 흐르니까 기준이 낮아졌어. 그럭저럭 살아도 불만이 없는 상태로 돌아온 것이지. 이제는 생존만 해도 만족해, 하하.”
“그럼 공운 님 지분율 줄여도 되나요? 최저 생계는 보장해 드릴게요.”
승아가 농담을 했다.
“놉! 그래도 한때는 내가 에이치오티랑 젝키에 버금가는 가수였어서 유지비가 너희들보다는 더 든다고. 게다가 곧 난 독거노인이 되잖아. 노후도 생각해야지.”
“좋은 여자 만나서 동거노인 해요. 추레하게 늙지 말고.”
나도 농담에 동참했다.
“난 우아하게 늙을 거야. 자신 있어. 자뻑에서 얻은 교훈으로 내 존엄을 지킬 수 있다구. 내 걱정하지 말고 정피 네 앞가림이나 해라. 눈 감았다 뜨면 곧 반백 살 된다.”
공운의 말에 승아가 피식 웃었다.
“다 같이 늙는 처지에 갓 오십 넘은 사람이 갓 사십 된 사람한테 충고라니.”
“난 주승아 작가가 마음에 들어. 특히 그런 되바라짐이.”
우리 셋은 한참을 웃었다.
“아, 그러지 말고 정피랑 주작이 어떻게 잘해봐, 둘이. 등잔밑이 어둡다잖아. 동료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또 알아? 눈에 뭐가 씔지.”
그 순간 나는 얼어붙었던 것 같다. 오는 게 농담이었으니 웃어야 했는데 억지로 입꼬리만 올라갔으리라.
“저도 공운 님 마음에 들어요. 특히 그런 헛소리가요.”
나와는 달리 여유 가득한 주작이 재치 있게 되받아쳤다. 그녀가 고마웠지만 나중에 그 말을 곱씹어 보니 몹시 서운했다.
형사들이 다녀간 며칠 후 주작이 단톡방에 기사 링크를 올렸다. 이미 우리 채널은 좋은 취재원이었다. 업로드 후 몇 건씩의 기사들이 나왔다. 메인 방송사나 신문사는 아니어도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인터넷 뉴스들에게 우리 콘텐츠는 좋은 기삿거리였던 것이다. 주로 연예계 가십을 다루는 황색 저널들이었다.
하지만 그날 기사는 무려 중앙 일간지의 사회면이었다. 검찰발이었고 박민아 의원의 수사에 대한 기사였다.
<박민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
검찰이 초선의 박민아 의원을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오늘 기소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 의원은 경기도 부천의 ㄱ병원에서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한 선거비용을 현금으로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3차례에 걸쳐 5천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주 박 의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해당 병원은 경쟁관계에 있는 ㄴ병원이 3곳의 제약업체와 부당 리베이트 거래를 한 것을 ㄱ병원 소속의 송지향 간호사를 회유해 지난 8월 폭로했던 사실도 수사과정에서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공익제보 시민단체인 옐로카드 재단의 활동가 ㄷ씨가 깊숙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사건의 주범 격으로서 ㄴ병원의 병원장 ㄹ씨와 손지향 간호사, 박민아 의원과 수 차례 만나 사건을 기획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ㄷ씨는 두 병원이 경쟁관계에 있고 병원장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이용해 ㄹ씨에게 추후 손 간호사를 채용할 것과 박민아 의원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옐로카드 재단의 활동비 명목으로 ㄱ병원에서 상당 금액을 받아낸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손지향 간호사는 알려진 대로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한 공익제보를 했고, 박 의원은 국회에서 이를 이슈화함으로써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관종 끼와 권력욕에 두 사람이 무리수를 뒀다 싶었는데 옐로카드 재단을 중심으로 기획된 범죄였던 것이다. 검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경찰의 조사도 끝났고 우리 채널에 대한 영향은 별로 없어 보였다. 사흘 뒤 검찰 출두 명령서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피의자 정지강’이란 이름은 낯설었다. 내 혐의를 묻자 수사관의 설명은 이랬다. 재단의 활동가가 친분이 있던 ㄴ병원의 원장과 최초로 범행을 모의했다. ㄱ병원의 리베이트 관행을 손 간호사로 하여금 폭로하게 했고, 박민아 의원과 접촉해 이를 확산시키도록 사주했다. 내년 선거에 필요한 현금 다발을 ㄱ병원에서 받아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나도 짐작하던 정도였다.
형사들이 다녀간 뒤에 경찰은 내가 오래전부터 옐로카드를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재단 활동가는 이 프로젝트를 일반 시민들에게 알릴 확성기가 필요했고, 오랜 후원자인 내가 오명 세탁소를 통해 그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나도 그 ‘기획’의 일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