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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Dec 17. 2024

스토킹을 당할 줄은 몰랐지

돌아이 질량보존의 법칙이 진짜 일 줄은


1. 평화로운 고향에서도 서울 한복판에서도 늘 돌아이는 존재했다. (누군가에겐 내가 돌아이 일 수 있겠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 범죄사건들과 범죄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도서에 푹 빠져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범죄행동분석 동아리(이름은 거창했다.)를 만들기도 했고 방학 때나 시험이 끝났을 때는 범죄 관련 미드들을 하루종일 보기도 했다. 수많은 범죄사건들을 보면서 늘 했던 생각이 하나 있었다. 세상엔 미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

정말 무서운 사실은 따로 있다. 개인적인, 그러니까 사적인 돌아이들이  지뢰처럼 숨어있다는 것이다.



2. 범죄자를 만나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돌아이를 만나는 것도 꽤나 위험하다. 내가 처음 홍대에서 만난 돌아이는 스토커였다. 서울 이전에 살던 경기도에서는 누군가 전화를 빌린다던가 사이비들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그런데 홍대에 와서는 설문조사를 하는 사이비들과 도를 아십니까 인들과 그냥 이상한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 다가오려고 하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갈 길을 가는 사람이 되었지만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거절을 하지 못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었다. 빅맥세트를 먹는 내내 도를 아십니까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거절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는 일요일 오후 집에 가는 길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전화가 꺼졌는데 급히 전화를 할 곳이 있어서 전화를 한통만 할 수 있겠냐고 정중히 물어보는 한 젊은 남자에게 나는 일말의 의심 없이 내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는 스토커가 되었다. 그날 이후 그 남자는  아까 핸드폰을 빌렸던 사람이라며 친하게 지내자는  문자를 계속해서 보내왔고 나는 답장을 하지 않고 무시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전화까지 걸어오기 시작했다. 전화까지 오니 나는 급격히 무서워져서 번호를 다 차단해 버렸다. 그러면 끝날 줄 알았지만 그 남자는 다른 핸드폰으로 계속 문자와 전화를 해댔고 차단과 연락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내 친구는 그 남자에게서 오는 전화를 대신 받아서 핸드폰 주인은 바뀌었으니 연락하지 말라-라고 단호히 말했지만 그 돌아이는 거짓말인걸 다 안다며 끈질기게 연락을 해왔다. 집에 찾아와 협박을 하거나 직접적인 신체적 피해를 입진 않았기에 나는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을 경찰서에 가져가도 되는지 고민했다. 경찰관님에게서 "그냥 무시하세요." 라던가 " 다치신 적은 없으시죠?"같은 말을 듣는다면 더 절망적일 것 같아 한 달을 고민했다. 스트레스는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나는 파출소에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관님은 내 얘기를 듣고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를 하셨고 그는 엄청난 겁쟁이였는지 그 이후로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그 경찰관님께 늘 감사하다.

홍대에서 만난 첫 돌아이는 그렇게 사라졌다.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그렸었다.

3. 양재에 있는 회사를 다닐 때 인테리어 파트를 맡고 있던 상사 한 분이 계셨다. 나이는 아빠보다 몇 살 정도 어렸던 분이었는데 딸이 두 명이나 있었고 늘 먹는 것을 좋아하셨다. 어느 날 그분이 나와 동갑인 다른 여직원과 밥을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서도 다른데 단 둘이 밥을 먹었다고 하기에 그 여직원분께 여쭤보니 그분이 밥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먹은 거라고 했다. 아무리 아빠 뻘이라고는 하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나는 그 상사분과 모든 업무를 거의 같이했기 때문에 외근도, 야근도 같이 했었는데 어느 날 그분이 종로에 맛있는 고깃집이 있다며 같이 가보겠냐고 했다. 나는 그분이  여직원과 무슨 얘기를 할 게 있을까 하는  이상한 호기심과 그분이라면 정말 맛집을 알려주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알겠다고 답했고 정말로 종로의 오래된 고깃집에서 밥을 먹었다. 그분은 술까지 시키셨는데 나는 그 지점에서 이상한 불안감이 들어 그분이 권하는 술을 거절했다. 그분은 혼자 술을 계속 드시더니  술을 먹고 느끼한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날  지그시 쳐다보았다. 소름이 돋으며 머릿속에 경고등이 번쩍하고 빛나는 듯했다. 그 눈빛을 본 순간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서  짧은 시간 안에 헤어졌고 그분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수를 탔다. 회사에 나오지 않았고 어떤 연락도 되지 않았다.



4. 세상은 아름다운 만큼 어둡고 지저분하기도 하다. 어제는 아름다운 천국처럼 느껴졌다가 오늘은 지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이는 어디에나 있다. 나도 만났고 당신도 만났다. 앞으로도 만날 수 있다.  돌아이의 지뢰밭에서 무사히 살아남자. 혹시 터진 지뢰에 고통받고 있다면 당신의 내일은 또 그다음 날은 그 상처가 흉터 없이 아물 수 있기를 이렇게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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