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두부 Aug 01. 2022

11월 27일

종이에 색연필, 마카


클레인은 가까워지는 마지막을 준비하며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오랜 우울은 이제야 자리를 잡았다는 듯 12월을 반기고 있었다. 따뜻한 봄이 두려웠고 모든 것을 무겁게 짓누르는 여름이 힘들었고 가을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용기를 주었다. 마침내 12월이 다가왔을 때 그녀는 누군가가 읽을 마지막 편지에 짤막한 문장을 쓰고는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뿌연 회색빛 하늘 위로 까만 새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마지막을 맞으려 일어서려 하자 현관의 벨이 울렸다. 옆 집에 이사를 온 사람이라며 드릴 게 있다고 말하는 옆집 여자의 소리를 듣고 클레인은 잠시 동안 문을 열어줘야 할지 고민했다. 

결국 그녀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고 짧은 머리를 한 옆집 여자가 김이 나는 핫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이제야 인사드리네요 옆집 이사 온  젠 리안이에요. 그나마 잘하는 핫케잌 좀 만들어봤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같이 드실래요?"

클레인이 아.... 하며 잠시 고민하던 찰나 젠은 자신은 혼자 살고 있어 항상 누군가와 같이 먹고 싶었다며 부탁했다.

 그리고 젠과 클레인은 테이블 앞에 앉아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젠이 쉬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클레인을 궁금해했다. 짧게 답하는 클레인의 대답들에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고 있었다. 클레인의 12월 5일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남아있음에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젠은 클레인에게 다음에도 놀러 와도 되냐고 물은 뒤 자신이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했다고 말하며 클레인을 한번 가볍게 안고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해 12월 5일은 젠의 핫케잌만큼이나 따뜻했다. 클레인은 자신이 쓴 메모를 휴지통에 넣고는 다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젠이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 

"올해 마지막 날엔 같이 피자 만들어 먹어요"     

이전 07화 메리 고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