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겨울의 친구다. 겨울이 한 번에 등장하면 깜짝 놀라니까 가을이 먼저 와서 이야기해 준다.
곧 추워질 거야
그걸 누가 모르나. 하지만 실제론 잘 모른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4계절이 오고 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너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다음 계절이 정작 오게 되면 깜짝 놀란다. 아무리 봐도 온도차는 급격히 내려가고, 급격히 올라가는 것 같다.
봄가을이 너무 짧아 언제나 아쉽지만, 봄보다 상대적으로 가을이 참 아쉽고 쓸쓸하다. 왜냐하면 봄은 그동안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낸 상이며, 곧 따뜻해질 거란 희망의 메신저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을은, 이제 좋은 시절 다 갔어, 곧 추워질 거야 하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와도 같다. 겨울이 온다. 준비해.
winter is coming
그래도 잘 모르겠다. 가을은 뭔가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절이다. 뭔가 좀 차분해진다. 괜히 진지해지고, 사색이 깊어진다.
감성이 풍부해지기도 한다. 괜스레 노래 가사에 감정이입도 해 보고, 영화를 보면 괜히 다 내 얘기 같아 보인다. 유난히 거리에 커플들이 부러워 보이기도 한다. 여름엔 커플들끼리도 더워서 좀 떨어져서 걷는 반면, 가을엔 좀 추워서 서로 짝 달라붙어 있어 그런가. 잘 모르겠다.
올해도 추석이 다가왔다. 난 설보다 추석이 더 좋다. 설은 왠지 연말도 지나고 정신없는 채로 휙 지나간다. 구정 역시 12월에서 그리 멀지 않지 않은가. 설땐 어쨌거나 뭔가 함께 움직이게 된다. 시골을 내려가든, 아니든.
그런데 추석엔 언젠가부터 어디를 잘 안 가게 된다. 그래서 도시에 홀로 있으면, 꽤나 쓸쓸하다. 추석 땐 정말 서울에 차가 없다. 도로를 걸어 다녀도 뭐라 하지 않는다. 아침마다 빵빵 거리던 그들의 신경전도 없다. 조용하다.
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외로움'이라는 건 얼마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개념인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서루 어울려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혼자 오래 있으면 외롭게 된다. 뭐,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닌데, 왠지 어릴 때부터 온갖 미디어와 사람들의 편견에 의해 '외로움'이라는 개념은 부정적이고 나쁜 것, 불쌍하고 처량한 것으로만 치부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의 '외로움'은 누가 정의해 주었던가.
우리 집 고양이는 틈만 나면 옆에 와서 엉덩이를 붙이고 옆에 앉는다. 여름엔 좀 덥기도 했는데,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뭔가 돌아다니는 전기담요 같다. 그래서 좀 따뜻하다. 지도 추워서 붙어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