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한글 난독증은 무조건 영어 난독증이 됩니다."라고.
이 말을 들으면 내 아이의 한글 난독증을 가만히 놔두면 마치 영어 난독증이 될 것이니 빨리 난독증을 '치료'해야 할 것처럼 들린다. 한글을 떼는데 엄청 고생했는데 영어까지 힘들면 안 되니까.
하지만 이건 그런 뜻이라기보다 한글에 난독증이 있었다면 다른 외국어, 그중에 특히! 영어를 학습할 때는 더욱 두드러지게 난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한글을 떼기가 힘들었지만 조기 개입을 해서 한글을 잘 읽고 쓰게 되었다면 영어 난독증은 없을까?
아니다.
한글은 배우기가 아주 쉬운 글자 시스템이라 표시가 나지 않았거나 비교적 쉽게 학습한 아이들도 불규칙이 너무 많은 영어는 대부분이 힘들어한다. 그리고 똑똑한 아이들일수록 저학년 때 한글을 공부할 때는 (전혀~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난독증이 영어를 배우면서 드러나게 된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글 난독증은 무조건 영어 난독증이 될까? 그렇다. 영어 난독증이 '된다'기보다는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도 같은 어려움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영어 같은 규칙이 뒤죽박죽인 언어는 더욱 글로 배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럼 어쩌라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은 글을 보면서 학습해야 하거나, 글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에만 힘들어하지 귀로 듣거나 말로 하는 경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거나 오히려 더 뛰어나기도 한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니 최대한 speech-to-text, text-to-speech, 같은 글을 말로 옮겨주는 앱이나, 오디오북, 영상으로 된 자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면 좋을 것이다.
성인 중에도 자신은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난독증이 종종 있었다. 이런 분들은 외국어를 공부하기로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이 분들 중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아주 오랫동안 정말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에는 영어를 재밌다고 생각할 만큼 잘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들의 첫 번째 계단은 난독증이 없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았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계단을 넘지 못했던 거였다. 하지만 두 번째 계단부터는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첫 번째 계단을 넘기 위해선 실로 많은 격려와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했지만.
1. 미리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고
2. (어려움에 맞닥뜨리면) 방법을 바꿔서
3. 포기하지 말고 해 보자.
#영어 #난독증 #dyslexia #학습장애 #학습어려움 #공부 #한글 #난독증 치료 #신경다양성 #두뇌 #브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