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Krashen's Input Hypothesis i+1)
외국어 습득 교육과 관련하여 '입력 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다섯 가지의 세부 이론 중에서 나는 i+1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학습자 현재의 수준을 i라고 칭한다.
i+1이라는 것은 학습자 현재의 수준보다 딱 한 단계만 더 높은 수준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학습자의 현재 수준보다 많이 어렵지 않은,
학습자가 이해할 만한 수준의 입력을 제공했을 때에 습득/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The Input hypothesis is Krashen's attempt to explain how the learner acquires a second language – how second language acquisition takes place. ... For example, if a learner is at a stage 'i', then acquisition takes place when he/she is exposed to 'Comprehensible Input' that belongs to level 'i + 1'.
이번 학기 선생님이 자신의 작문에 대한 피드백 해준 것을 캡쳐해서 내게 보내며 자기가 쓴 문장이 모두 틀렸나 보다고 했다.
심지어는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은 실수까지 하나하나 수정이 된 쓰기 피드백이었다.
사실 이 학생의 작문은 이틀 전 내가 읽고 '거의 완벽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글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간펜으로 난도질 되어 돌아온 글+피드백을 받으니 학생도 크게 낙심이 될 만 했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연스레 습득이 아님) 외국인 학생은 당연한 얘기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한국어 원어민 화자가 아니다. 한국인 고등학생들의 입시 논술처럼 완벽한 글쓰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가령 한국어를 갓 배우기 시작한 1급 학생들의 쓰기에서 "7시에 일어나요. 그리고 샤워해요."라는 문장을
굳이 "7시에 일어나서 샤워해요." 또는 "7시에 일어나고 샤워해요."와 같은 문장으로 굳이 바꿔 줄 필요가 없다. 비록 그게 더 나은 표현과 문장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순서의 '-아/어서' 문법을 배운 후라면 수정해 주는 것이 낫다. 그렇지만 한국어를 갓 배우기 시작한 1급 학생들은 순서의 '-아/어서' 문법을 배웠을리 없다.)
학생이 이해하지 못할 만한 피드백을 주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멋지고 세련된(?) 문장이라 하더라도 안 주느니만 못한 경우가 분명히 있다.
나도 5-6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이 만든 문장을 어느 정도로 더 자연스러운 버전으로 고쳐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 좀 정리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Krashen의 i+1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10년 전에도 Krashen의 이론은 대학원 시절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을 하고 나서야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외국어를 배울 때 학습자가 인지적으로 부담을 느끼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도입*"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 수업에서 도입 단계란 수업이 시작된 후에 교사가 학생과 안부를 주고 받거나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면서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 또는 학습 목표를 제시하기 전의 단계로 정의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빨간펜 투성이의 쓰기 피드백은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부담을 느끼게 한다.
비록 그것이 정답이고 맞는 것이라 할지라도 어디까지 제시해야 할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교사 각자가 수많은 경험 속에서 스스로 효과를 실험해 가면서 체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진지한 글을 주제 넘게 쓰는 이유는 나의 오랜 고민 끝의 결론에 대해서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습자의 현재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할 수록 너무 높은 수준의 피드백을 주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목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눈높이 수업' 이란
정말 학습자의 입장이 되어 보려고 부단히 노력을 한 후에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스스로 학습자 입장이 되어 하나의 외국어를 배워 봐야 한다고 항상 말한다. 교사들의 외국어 학습의 목적은 그 외국어를 배워서 그 언어로 학습자들에게 한국어를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배우는 그 낯선 외국어처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도 한국어가 그렇게 어렵거나 낯설거나 이해가 안 되는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다.
입장을 바꿔 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공감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