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매듭이 필요한 시기다. 행과 불행이 휘몰아친 한 해, 때마침 강추위는 두 손을 모으게 한다. 보살핌 없이 긴 겨울을 견뎌야 하기에, 추위에 팽개쳐두고 간다는 미안함을 덜어내야 기에, 왕겨를 덮고, 해충 방제와 거름 주기를 차근차근해왔다. 수도 배관을 감싸고, 창틀에 방풍재를 끼워 넣었지만 새로운 온기 없을 테니 한가득 걱정으로 채운다. 냉장고 비우기, 농기구 정리, 쓰레기 처리... 아주 조금 생활의 흔적을 지우는 건데도 내 삶의 번잡함이 부끄럽다. 자꾸 뭐라도 더 해야만 할 것 같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철없는 장미가 내 눈을 붙든다. 마음 한 구석, 꽃피는 봄날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