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개입하고 많이 사랑하는 마리 여사의 동물 이야기...
“가끔 자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고양이가 있는데, 모두 어릴 때 홀로 어미 곁을 떠나서 사람에게 응석부리며 자란 고양이들이다. 외동아이와 흡사해서, 좋든 나쁘든 혼자 크는 고양이는 자신을 사람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인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성향이 있다. 외동아이가 지나치게 어른을 의식하는 것과 비슷하다. 혼자 자란 고양이가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지 몹시 걱정하는 데 반해, 두 마리가 함께 자란 고양이에게는 아무래도 고양이간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이 고양이와 놀아주거나, 또는 고양이가 사람과 놀아주는 시간보다 두 마리가 같이 노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 무리의 골골은 소리와 횟수 면에서 도리보다 다섯 배 이상은 되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 집 역대 고양이 중에서 가장 큰 소리다. 게다가 정말 느낌이 좋다. 눈이 잠깐 마주치기만 해도 골골, 쓰다듬으면 2미터 떨어져서도 들릴 정도로 골골, 안기라도 하면 소형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맞먹게 골골거렸다...”
이번 산문집의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며 번역가이고 작가이다. 그리고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라는 심정인 것인지 남편은 없는 대신 고양이와 개를 가까운 거리에 두며 함께 산다. 그리고 산문집은 이러한 마리 여사가 어떻게 고양이 혹은 개를 거두게 되었고, 이 동물 식구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소상하게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니 뭔가 머리를 띵하게 할 정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거나 알아 두면 두고두고 인생을 편안케 할만한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교감하며 살고 있는지를 너무도 편안하게 기술할 따름이다. 그러나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마리 여사의 글을 읽다보면 적잖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동시에 키우는 마리 여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경우라면...
“가끔 자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고양이가 있는데, 모두 어릴 때 홀로 어미 곁을 떠나서 사람에게 응석부리며 자란 고양이들이다. 외동아이와 흡사해서, 좋든 나쁘든 혼자 크는 고양이는 자신을 사람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인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성향이 있다. 외동아이가 지나치게 어른을 의식하는 것과 비슷하다. 혼자 자란 고양이가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지 몹시 걱정하는 데 반해, 두 마리가 함께 자란 고양이에게는 아무래도 고양이간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이 고양이와 놀아주거나, 또는 고양이가 사람과 놀아주는 시간보다 두 마리가 같이 노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어째서 우리집 고양이 용이가 고양이스럽게 느껴지는대신 자의식 강한 어린애 쯤으로 느껴졌는지에 대한 해답이 되면서, 혹시 얼른 고양이를 한 마리 더 들여와서 고양이로서의 사회성을 키워주는 것이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도리는 아닌 것인지 의구심도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함께 사는 겐이라는 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거론하는 맹인안내견의 슬픈 말로를 듣다 보면 인간을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조련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우리들을 향하여 불쑥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 실컷 주인의 시중을 들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진 맹인안내견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멍해진다고 한다. 지나치게 자기를 억제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반평생을 보냈기 때문에 해방되어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된 순간, 긴장이 풀려서 늙어버린다...”
하지만 마리 여사에게 나타나고 또 마리 여사를 떠나는 무리, 도리, 타냐, 소냐라는 고양이 그리고 겐과 노라라는 개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 자체로 꽤 흐뭇하다. ‘고양이 사회의 내부 문제에 일개 인간이 간섭을 해도 헛수고라는 생각’을 가진 마리 여사가 보여주는 가장 적게 개입하면서 가장 많이 사랑하는 동물과의 공동 생활 방식이 마음에 든다. 그러고보니 (물론 순전히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우리집 고양이 용이 또한 자신에게 많이 개입하는 아내 보다는 되도록 자신의 생활에 적게 개입하는 나를 향하여 더 많이 골골 거렸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요네하라 마리 / 김윤수 역 /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ヒトのオスは飼わないの?) / 마음산책 / 332쪽 / 2008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