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금산 근처 어느 해수욕장의 텐트 안에서도 마셨고...
1. 아내와는 대학 때 캠퍼스 커플이었다. 요즘도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복학하고 아내가 이학년일 때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었는데, 연애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문학회 선후배로 엮여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내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술이 세지도 않았지만 연애를 하면서 나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술을 마셨(을 것이)다. 둘이 마시기도 했고 다른 이들을 포함하여 마시기도 했다. 결혼하기 전 팔년 여의 연애 기간 동안 아내는 내 술자리에 동행하는 수고를 감내했다. 홍대 앞과 신촌을 거쳐 남산 아래에서 주로 마셨지만 후에는 강남에서도 신천에서도 자주 마셨다. 그런가하면 남해금산 근처 어느 해수욕장의 텐트 안에서도 마셨고, 새벽에 내린 동해역 앞의 허름한 식당에서도 마셨고, 부산의 온천장에서 일하던 후배의 빌라에서도 마셨다. 아내는 결혼 초 혼술을 하는 내게 번데기를 찌개처럼 끓여주었고, 밥상에 자신의 술잔을 올려놓기도 했지만 내가 몇 잔 하는 사이 꾸벅꾸벅 졸다가 스르르 자러갔다. 연애의 기간과 결혼의 기간을 합치면 삼십 년이 되어간다. 이제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밤에 술을 마시고, 아내는 렌지에 돌리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닭똥집을 매주 금요일 한 개 구매한다. 다른 건 대량으로 구매하는데, 그것만은 딱 하나씩만 구매한다. 결혼을 한 이후로 아내는 여간해서는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꽤나 오래 전의 일기 내용이다.)
2. 사고 후 6주 동안은 술을 마시지 못했다. 6주가 지날 무렵 수술을 맡아주신 선생님께 음주에 대해 묻자, 당신의 음주를 제가 어떻게 막을 수 있나요? 과도하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라고 답변하였다. '과도'란 어느 정도를 의미하나요? 라고 묻지 않았다.
3. 금주 해제 이후, 철인에 함께 입문하였던 동기들과 가장 먼저 회합을 가졌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는데 다행히 1차에서 2차로 옮길 때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2차 중에는 소나기가 내렸지만, 주차된 차 때문에 1차 장소로 이동 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대리를 불렀고 집에 거의 도착해서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4. 그 다음 주에는 소속되어 있는 달리기 크루의 의 몇몇 서브3 주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을 마시는 속도가 가히 서브3에 가까왔는데 다음날 아내를 통해 우리가 마신 술(세 명이서 소주 10병)의 양에 대해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그 중 4분의1 혹은 5분의1 정도를 마셨을 터이지만 내게는 그래도 많은 양이다.
5. 이후에는 몇몇 달리기 친구들과 한강에서 달리기 모임을 가졌는데 물론 나는 달리지 못했다. 그들이 달리는 동안 중둔근 강화를 위한 운동을 조금 하고 캠핑 의자에 앉아서 책을 조금 읽었다. 이또한 나쁘지 않았다.
6. 얼핏 본 유퀴즈에 나온 뇌인지 과학 분야의 이인아 교수는 해마의 건강을 위하여 매일 일어나는 일의 기록을 권장하였다. 동시에 음주로 인한 블랫 아웃의 위해성을 경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