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기대어> 에세이집 첫 출간

감성 에세이

by 해은

(작가의 말)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인 채 영글어 가고 있다. 치열했던 여름 너머 가을빛을 품어 간다. 흙과 씨앗, 물과 빛을 변수 삼아 매일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바라보았다. 식물에 물을 주고 자라는 모습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했다. 무언가를 가꾸는 것 자체가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어느 결에 내가 식물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나를 가꾸었다. 찬찬히 살피게 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 나도 자라고 있음을 발견했다. 비어있던 가슴에 차오르는 즐거움은 글을 쓰게 했다.


딸이 내게 말했다. 엄마의 글은 눈물에서 나오는 것 같아. 그동안의 모든 밀도 높은 삶이 다 담겨 있는 듯해서. 요즘 에세이집을 읽다 보니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나한테 글이란 곧 엄마여서 글을 읽을 땐 엄마의 목소리로 다시 써져.


글 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어디 눈물뿐일까. 하늘이 주황빛으로 가라앉는 동안, 내리 쌓아온 습기 머금은 나무를 베고 또 베어 태우는 거란다.


답답한 면벽의 삶이었지만 초록에 기대어 살면서 마음을 풀어낼 수 있었다. 창문을 열고 생각을 열었다. 책상 앞 나의 정원 풍경을 비롯해 길가를 걸으며 늘 초록이 주는 위로를 받는다. 피고 지는 꽃과 무성한 잎을 키워내는 나무에게서, 새들의 노랫소리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한 알의 해바라기 씨앗을 심으면 노란 해바라기 꽃과 수많은 씨앗이 돼서 돌아온다. 해바라기가 꽃을 피우고 씨앗을 품을 동안 내 안에는 무엇이 영글었을까.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뭔가 소중한 것이 마음 안에서 자라고 있을 거라고, 지금도 익어가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글을 올린다.

2025년 9월


올 한 해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첫 에세이집을 출간한 일이다. 출간 계약서에 서명을 하며 가슴이 뛰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12년 만의 결실이다. 함께 글쓰기를 시작했던 문우들은 두 권째 책을 내기도 했는데 나는 이제야 출간을 하게 되었다.


남들보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적절한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의미 있는 것은 작년에 예술인 등록을 하게 되었고 올해 예술인 활동지원금을 지원받게 되어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없이 원고를 교정해도 자꾸만 고칠 데가 생겼고 미숙한 내 글을 세상에 내놓다는 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했다. 여름부터 수없이 퇴고를 반복한 끝에 11월 11일, 드디어 첫 책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내 책이 교보문고의 유명한 작가들 책 옆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며 이제야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동안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과 함께 한 문우들, 내 책 속의 멋진 사진들을 찍어 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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