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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09. 2024

마흔 된 김에 마라톤(3) 유행이 분명해

누가 뭐래도 작년 운동의 대세는 등산이었다. SNS에는 온통 등산을 하는 MZ들의 인증샷으로 도배가 되었다. 주변에도 주말만 되면 등산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

2024년 6월 현재 가장 핫한 운동은 뭘까? 필라테스? 테니스? 골프? 아니, 의심할 여지없이 바로 ‘러닝’이다. 잠깐만 주변을 둘러보자. 열명 중 한 명쯤은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 막 관심이 생겼다는 사람이라도 있을 것이다. 바로 나 같은 사람 말이다.


이렇게 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일요일 저녁 달리기 연습을 위해 관악구의 허파라 불리는 보라매 공원을 찾았다. 이미 밤 8시를 넘긴 시각이라 어둑한 밤에 한 발짝 다가간 시간이었다.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잠깐 했는데,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놀이공원 야간개장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원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데이트를 하는 젊은 남녀들, 모두 초여름 밤의 여유와 낭만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우리는 중앙 잔디광장을 둘러싼 트랙으로 갔다. 그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달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달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트랙 위를 달리고 있었다. 동호회에서 삼삼오오 모여 뛰는 사람들도 많았고, 재야의 고수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가볍게 발을 구르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나도 모르게 흥분했는지 준비 운동을 하는 것도 잊고 수많은 인파에 섞여 달리기 시작했다.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달리기를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달리기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육체적으로는 허리통증이 줄고, 살이 빠지고, 체력이 좋아졌으며 정신적으로는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분노와 불안이 줄고, 우울이 사라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달려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


실제로 달려보니 다른 건 몰라도 머릿속에 떠다니던 온갖 생각들이 심플해졌다. 달리는 순간에는 오직 다리를 움직이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회사에서 있었던  골치 아픈 일들과 삶이 주는 고단한 피로감과 무력감은 달리는 동시에 사라진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사람들 사이를 달리는 기분은 달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한 발 한 발 달릴 때마다 자존감이 쑥쑥 높아지는 건 덤이고, 다 마쳤을 땐 내가 꽤 마음에 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 일단 운동화를 신고 나가보자.

와이 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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