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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02. 2024

마흔 된 김에 마라톤(2) 실패, 실패, 또 실패

힘들긴했지만 첫 달리기에 5km를 성공한 후 자신감이 붙었다. 다음날부터 매일 5km 달리기 목표를 잡았다. 거의 매일 평일에는 헬스장으로, 주말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뛰었다.

매끈한 런닝머신 위에서 뛰는 건 운동장보다 좀 더 쉬웠고 속도도 조금 더 잘 나왔다. 이대로라면 조금 무리해서 10km 뛰는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치 챘겠지만 ‘달리기가 적성인가’ 싶었던 시간은 딱 거기까지였다.


천근만근 몸뚱아리

며칠 지나기 무섭게 다리가 무거워지고 5km는 커녕 3km 뛰는 것도 버거웠다. 어느새 물집이 잡힌 발가락은 뛸 때마다 미세하게 거슬리더니 걸을 때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또 뛸 때는 잘 몰랐지만 밤에 자려고 누우면 무릎은 시큰시큰했고, 스트레칭과 압박스타킹으로 겨우 잠재웠던 퉁퉁 부은 종아리 통증도 어김없이 올라왔다.  

달리기를 하면 체력이 좋아진다는데 달리기를 한 다음 날 아침이면 유독 일어나는 게 죽을 맛이었다.


일요일 아침, 다시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갔다. 다리가 젖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그래도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한 바퀴.. 두 바퀴.. 가뜩이나 몸도 무거거운데 모래바닥의 마찰력이 더해지니 땅바닥이 다리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시간은 더디게 갔고, 1km, 1km 채우는 것도 힘에 부쳤다. 그만 멈추고 싶은 생각이 수도없이 스치고 지나갈때쯤 결국 5km를 다 채우지 못하고 멈춰섰다. 몸이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으니 불쑥 짜증이 올라왔다. 내가 이걸 왜 하는 거지?

그렇게 한 번 5km가 무너지자 실패하는 날은 점점 늘어났다. 처음 뛰기 시작하는 5분이 가장 힘들었고, 그 다음 부터는 매 km를 지날 때마다 고비가 찾아왔다.


익숙한 패배감이었다. 내 못난 부분을 마주하고 싶지않아 무언가 본격적이 되기 전에 미리 그만두고 마는 내 습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냥 여기서 그만둬. 어차피 이거 한다고 너가 풀코스를 뛸 것도 아니잖아?‘


하루에 딱 30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둬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겠지만 그냥 달리고 싶었다.달리기 중독은 모르겠고, 달리고 나서 온 몸이 땀으로 젖은 그 개운한 기분은 중독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충분했다. 발목이 좀 아픈가 싶으면 유튜브로 자세를 찾아보고, 호흡법을 공부하고, 초보자용 런닝화도 찾아보면서 나만의 달리기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똑똑한 알고리즘은 달리기 자세, 방법, 루틴 등으로 친절히 나를 안내했다.


세상에 달리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매일 달리기를 하는 사람, 하루 30분 꾸준히 달리는 사람, 전국 마라톤에 매해 참여하는 사람, 울릉도까지 가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 등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길래 달리는 걸까. 나도 그 재미를 알아내고 말테다.


재미있게 오래 달리기 위해서 5km를 무리하게 채우는 것보다 30분을 내 페이스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며 뛰기로 했다. 숙제처럼 5kn를 채우는 것보다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시간동안 내 페이스를 찾아보는 쪽으로 목표를 바꿨다. 그리고 실패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가 달린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두고 해냈다는 그 사실에 밑줄을 그었다.

자, 이제 마라톤 대회까지 딱 20일 남았다. 달리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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