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동안에는 두 발의 움직임 외에는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는다’라고 지난 글에서 호기롭게 말했었다. 사실은 다 뻥이다. 달리는 그 순간부터 ‘힘들다’는 생각이 온 정신을 지배한다. ‘힘들다, 그만 뛸까, 잠깐 걸을까, 아니야 좀만 더 참아보자, 아니야 진짜 힘들어’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무한대로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 치의 달리기가 끝나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을 참아내는 것이 달리기의 시작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는 고관절 통증이 동반됐다. 근육 주사를 맞은 것처럼 고관절 부분이 뻐근하게 올라왔다. 달리기 전, 후 스트레칭을 대충 넘긴 탓이다.
예전부터 고관절 부분이 남들보다 뻑뻑하긴 했다. 가끔 다리의 가동범위를 크게 벌려 빠르게 ‘뚝’ 소리를 내는 것도 안 좋은 습관임이 분명하다.
고관절 통증은 생각보다 아파서 잘 풀어주지 않으면 오래 달릴 수 없으니 달리기 전 스트레칭이 필수인 부위다. 다행히 며칠간 집중적으로 스트레칭을 해주니 통증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후로는 달리기를 하지 않는 날에도 운동 전 고관절 스트레칭을 반드시 해주고 있다. 역시 사람은 아파봐야 정신 차리는 법.
다음으로 찾아온 통중은 종아리였다. 오래 달리기 위해선 발바닥이 닿는 부분이 미드풋이 되어야 한다. 미드풋이란 발 볼로 착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발 볼 중앙이 닿으며 뒤꿈치는 아주 조금 들리는 자세이다. 미드풋 러닝으로 처음 달리면 자세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이 당길 수 있어서 근육이 발달되도록 조금씩 거리와 속도를 늘려가야 한다.
미드풋으로 달린 첫날 종아리 땡김이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 일주일을 내리 압박스타킹을 신고, 손이 아프도록 주무르고 나서야 조금씩 나아졌다. 자세가 잘못된 건지, 이 정도의 고통이 정상인지도 모르겠지만 뛸수록 고통의 시간이 일주일에서 3일, 다시 1일로 줄어드는 걸 보니 근육이 발달하는 중이긴 한가보다.
생각해 보면 어떤 시작이든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처음 성인이 되었을 때, 처음 직장인이 되었을 때,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서툴고 어색했던가. 베개가 다 젖을 때까지 밤새 울던 시간을 지나 어느새 익숙함에 익숙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모든 것이 어색했던 스무 살이 지나고 이 나이쯤 되고 보니 더 이상 성장통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잘 아는 것은 더 잘 아는 척, 모르는 것은 몰라도 되는 것처럼 살게 된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처럼 말이다.
달리기를 몇 년 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것도 그 처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운동화는 뭘 신어야 하는지,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색하게 뚝딱거릴 내 모습이 보기 싫었다. 그런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나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시작하는 고통 속에는 늘 설렘이 있었다는 걸 말이다. 나이를 먹으며 내가 잃어버린 것은 ‘설렘’이었다.
오늘은 보라매 공원으로 저녁 러닝을 할 계획이다. 얼마나 힘들까 생각만으로 설렌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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