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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Sep 09. 2023

눈은 내릴 때 소리를 낸다. 운명의 발자국처럼.

(봇코짱, 호시 신이치)(2/2)

https://blog.naver.com/pyowa/223207057514


아주 짧은 소설이지만 호시 신이치 작가의 스타일이 있다. 우선 첫문장을 풍성하게 시작한다. 


화자가 어느지점에 서 있고, 주위를 둘러보듯 묘사한다. 짧은 소설인데도 첫문장이 풍성하다. 시작부분에는 이야기의 배경과 상황, 그리고 주인공이 처한 문제를 순식간에 드러낸다. 중간 중간 복선을 깔고, 반전으로 마무리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제목'이다. 이야기를 다 읽고보면 제목에 가장 세련된 감각이 남아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이야기 중에서는 '겨울 나비'가 가장 인상깊다. 


'너무나도 추워서 공기가 수정처럼 바뀌어 버리는 계절이다. 해질녘 딱딱한 가루가 되어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그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집 안은 초여름처럼 상쾌하고 밝았다....눈이란 건 내릴 때 소리를 내는구나. 무서워.... 그것은 마치 미지의 어딘가에서 다가오는 운명의 발자국처럼 들렸다.' 


뭔가 서늘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최첨단 세계의 나른한 부부의 일상을 무덤덤하게 그려낸다. 부부가 기르는 원숭이도 등장한다. 첨단의 삶은 의식주를 포함해 모든 것은 전기와 자동화로 작동된다. 춥고도 추운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전기가 끊긴다. 부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추워 죽었다. 먹을 것을 쌓아놓았던 원숭이는 살아남았다. 부인이 입고 있던 드레스의 '전자 나비'는 배터리가 다 할때까지 조금씩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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