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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Dec 01. 2020

차가 막혀서 좀 늦을 것 같아

믿지도 못하는 카톡 앞에서


아무 연락이 없는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그의 카톡을 열었다. 마지막 메시지를 멍하니 보았다.     

‘차가 막혀서 좀 늦을 것 같아.’     




이 카톡을 받은 게 몇 번째일까. 믿지도 못하는 카톡 앞에서 또다시 계속 걸었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의심이 든다.

‘그래. 그럼 난 집에 있을게.’라고 했어도 의심했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서 사귀고 헤어지는 것까지 어쩌면 모두 내 뜻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와.’ 내가 보낸 답장에 웃음이 났다.





 나뭇잎에 맺혀있던 빗방울이 합쳐진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허전해야 할까. 높은 구두에서 삑삑 삑사리가 난다. 구두굽이 또 나간 모양이다. 비 온 거리는 유달리 더 조용하다. 여기서 누가 내 구두 삑사리를 들을 사람도 없어 보인다.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요란하게 반짝이는 노래방 불빛이 화려하다. 저 노래방들도 모두 문을 연 것 같지는 않다. 저녁이 되어서 그냥 간판 등이 자동으로 켜진 것처럼 보였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맞고 틀리고 이런 생각하는 것도 지쳤다. 나는 그저 이렇게 구두굽이 나갈 때까지 더 이상 구두를 신고는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길거리를 걷는다. 술 취한 아저씨들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신호가 걸리면 빨간 브레이크등을 바라보면서 멈춰진 차들보다 빠르게 걷는다. 곧 차들은 나보다 빨리 지나가 버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이 아프고 배가 고파질 때까지 느리게 걷는 것이다.     

집에 들어가야 할까. 집에 가봤자 식탁도, 티브이도, 이불도 될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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