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예뻐서_6

by 항아리


S#35. 한강 둔치(오후)


석양빛으로 물든 하늘 바라보며 벤치에 나란히 앉은 정순과 명수


명수/

오늘 어땠어요?


정순/

숨통이 탁 트여~


명수/

이 끼를 감추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정순/

고물고물 한 손자 커가는 거 보면서 나름대로 행복했어.

내가 20살 때 결혼해서 재정이 낳았으니 뭘 알았겠어.

게다가 남편 없이 혼자 벌어먹고 사느라 늘 바쁘고 부족한 엄마였지.

재정이한테 갚는 심정으로 유민이 키웠지 뭐.


명수/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고백하려고 얼마나 벼르고 별렀는데

누나 시집갔다는 이야기 듣고 바로 군입대했잖아요.


정순/

그랬어? 호호. 넌 어떻게 살았어? 애들도 다 컸겠다. 안사람은 어때?


명수/

애들은 다 컸고 와이프는.. 이혼했어요.

기러기로 오래 지내다가 작년에.

애들 학비 뒷바라지 다 했는데 결국엔 이혼하고

애들도 엄마 곁에 있겠다 그러고..

가슴 한쪽 뻥 뚫린 채 그냥 살아요.


명수 손 위에 살며시 손 얹는 정순. 손을 맞잡는 명수.

말없이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는 두 사람 뒷모습.


S#36. 재정의 회사(오후)


도무지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재정,

정순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뀐 걸 보고 정순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여전히 받지 않고,

넋 놓고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 재정.

화면 가득‘ㅠㅠㅠㅠㅠ ’ 글자가 찍힌다.

휴대전화 문자 도착음 울리고, 확인하는 재정.


“어머니 책임지고 찾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S#37. 재정의 처갓집(오후)


유민은 소파에 앉아 혜경모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고 있다.

유민이는 입 크게 벌려 하품한다.


혜경 모/

졸려?


유민/

재미없어.


혜경 모/

유치원에서 너무 신나게 놀았어?


유민/

할머니, 할머니는 왜 주인공이랑 친구들 목소리를 똑같이 해요?

우리 할머니는 다른데.


마른걸레로 거실 가구 위 먼지 훔치던 도우미, 풉-하고 웃는다.

혜경 모가 째려보자 황급히 주방으로 들어간다.


혜경 모/

유민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책 내용에 집중해야지.


유민/

칫. 싫어


혜경 모/

(욱하지만 참고) 유민이 한글 다 안다며? 얼마나 잘 읽나 할머니가 들어보자.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혜경


혜경/

엄마, 저 왔어요. 유민아~


혜경 모/

언제 온다니 잘난 니 시어머니는!


혜경/

(눈치 주며) 엄마


혜경 뒤 따라온 재정이 현관에 서 있다.


혜경 모/

(눈을 못 마주치며)

박서방 왔는가, 아줌마, 찌개 올려요~


혜경모. 주방으로 황급히 들어간다.


S#38. 재정 처갓집, 주방(밤)


식탁에서 밥 먹는 중. 도우미가 수발을 들고 있다.


혜경 모/

아주머니, 오늘 얘네 따라가서 집안일 좀 도와주고 오세요


혜경/

괜찮아요. 우리가 알아서 해.


헤경 모/

집안 엉망일 거 아니야.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겠어?


재정/

제가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


혜경 모/

(재정 말 자르며) 여기는 두고 지금 간단하게 짐 챙겨 나와요.


도우미/

네.


말없이 밥 먹는 가족들. 유민은 입맛이 없는 듯 깨작거린다.


혜경/

유민아~


유민/

맛없어.


재정/

더워서 입맛이 없나 보네. 다른 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유민/

떡볶이.


혜경/

내일 엄마가 해줄게


유민/

할머니가 해주는 거. 할머니 떡볶이!


혜경/

박유민! 할머니 여행 가셨어. 오시면...


유민/

치, 거짓말.


혜경/

뭐?


유민/

할머니는 여행 간 게 아니라 모험을 떠난 거야! 00처럼. 모험을 떠난 거야.


재정/

유민아.


유민/

우리 집에 갈래.


풀 죽은 유민, 숟가락을 놓고 거실로 가 버린다.


S#39. 재정의 집 외경(밤)


S#40. 재정의 집(밤)


유민은 거실 소파 한쪽에 앉아 세운 무릎을 감싸 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민에게 장난을 거는 재정.


재정/

난 티라노사우르스다. 다 잡아먹어 버릴 테다.


살짝 고개 들어 재정을 보는 유민.


재정/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먹어볼까.


재정이 간지럼 태우자 유민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유민/

항복, 항복!


시끌벅적하게 노는 재정과 유민.

벌컥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혜경. 입에 칫솔을 물고 있다.


혜경/

그만 좀 해.


재정/

왜 그래. 한창 잘 노는데.


혜경/

대책 없는 게 꼭 닮았어.


재정/

뭐?


혜경/

나 몰래 연락하는 거 아니야?

어머님 하나 때문에 지금 몇 명이 힘든데 어쩜 이렇게 감감무소식일 수가 있어!


재정/

들어가서 이나 마저 닦으세요.


혜경/

이 상황에 당신도 대책 없기는 똑같아.

사태파악능력 제로라고 제로.


재정/

이따 유민이 재우고 얘기하자.


혜경/

창피하긴 한가보지?


재정/

그만하라고!


재정은 홧김에 집을 나가고 홀로 남겨진 유민, 울상을 짓고 서 있다.


S#41. 포장마차(밤)


테이블에 혼자 소주 따라 마시는 재정. 쓴맛에 인상 찌푸린다.

동기 도착해 재정 맞은편에 앉는다.


동기/

안주 하나 없이 원샷씩이나?


재정/

앉아.


동기/

어머니랑 아직 연락 안 돼?


재정/

보다시피.


동기 잔에 술 채워주는 재정.


재정/

유민이 말로는 모험을 떠나셨대. 멋있지?


동기/

홈쇼핑 회사엔 연락해 봤어?


재정/

아들인데요.

우리 엄마 좀 만나게 해 주세요. 그럴까?


입 앙 다무는 동기. 재정 잔에 술을 따른다.


재정/

(한 잔 들이킨 후)

우리 엄마랑 나랑 나이차가 딱 20살이거든.

친구들은 엄마가 누나 같다면서 부러워했는데

난 젊고 예쁜 엄마가 너무 싫었어.


동기/

그날 보니까 평범한 분은 아니시더라.


재정/

물가에 내놓은 애 마냥 늘 불안해.

나 태어나고 얼마 안 돼서 아빠 돌아가셨거든.

어릴 때 외할머니가 나 고아원이나 친가에 보내버리고 재혼하라고 노래 불렀어.


동기/

젊은 여자 혼자 자식 키우기가 힘든 시절이니까.

외할머니는 어머님 생각해서 그러셨나 보지.


재정/

맞아 엄마는 일하느라 매일 밤 10. 11시에 들어오고.

내가 자다 깨는 습관이 그때 생긴 거야.

엄마가 내 옆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거든.

어느 날 엄마가 날 버리고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동기/

어머니도 고생 많이 하셨네.


재정/

그런데 유민이 보면 자꾸 어릴 적 내가 생각나.

유민이한테서 조금이라도 소홀하는 것 같으면

맞아, 나한테도 저랬지. 하면서 화가 나.


딩동 문자 메시지 도착음 울리고, 휴대전화 확인하는 재정.


문자메시지 “어머니 계시는 곳 찾았습니다. 00텔 302호”


재정/

잠깐만. 전화 한 통만.


포장마차 밖에서 서성이며 전화 통화하는 재정.


-7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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